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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리 Sep 16. 2024

무슨 일이야

참을만해요

추석연휴가 13 금요일부터 시작되었다.

애들을 학교에 보낸 후 너무 좋아서 어제 만든 김밥 한 줄을 커피랑 뚝딱 해치우고 글쓰기 과제를 하고 있었다.

시간은 훌쩍 4시간이 지나  허기가 졌다. 밥을 먹고 하려고 거실에 나갔다가 선풍기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먼지가 많아서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이것만 고 밥 먹자 "

화장실에서 선풍기  두 개를 닦고 나왔다. 그때 시작되었다. '아, 뭐지? 몸이 이상하다'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핑돌더니 주저앉아버렸다. 속이 비어서 어지럽나 하고 급하게 냉장고에서 바나나우유를 꺼내 반정도 마셨다. 조금 지나 속이 울렁거리고 침이 고인다.

심상치 않다. 움직일  있을 때 방으로 가야 한다. 누워야겠다. 큰 양푼 하나, 생수 한 병을 들고 겨우겨우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머리를 들고일어나면  몸이 뒤로 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다 큰일이 날 것 같아 무서웠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괜찮은 거 같아 일어난 순간 식은땀과 함께 오환이 오더니 구토가 멈추질 않는다. 목이 따끔하다.  양푼을 챙긴 것이 신에 한수였다. 다행히 방을 더럽히지는 않았다. 기절하다시피 쓰러졌다.


 몇 번이고 일어나려고 시도했지만 식은땀이 나고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몸이 뒤로 넘어가려고 해서 풀썩 주저 않았다. 여러 번 반복하다  다시 누웠다.


 1시간쯤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고 누워서 휴대폰 검색을 해봤더니 급성 저혈압이 아니면 체할 때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지만 결과는 같다.  4시간 동안 쿠토를 하다 보니 지쳐서 잠들어 버렸다. 사실 먹은 게 없어서 물만 나왔다. 그 사이 애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왔다.


 애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이온음료를 사달라고 했다. 그걸 마시며 겨우 버티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야근이라 일찍 올 수 없다 해서 퇴근길에 약 좀  사 오라고 부탁했다. 그 약을 먹고는 조금씩 증상이 나아졌지만 두통과 복통이 찾아왔다.


 어지러움은 머리가 깨지는 듯한 두통으로, 구토는 울렁거림으로 음식 냄새를 못 견디게 했다.

너무 허기져서 죽을 조금 먹었더니  복통이 시작됐다. 이러다 추석을 어떻게 해야 하나? 덜컥 겁이 났다. 


14 토요  힘들어서 버스를 타고 아침 일찍 동네 병원에 갔다. 증상을 얘기하고 진찰을 받고 링거를 맞아야 한다 해서 결국 침대에 누웠다.

 시간이 갈수록 팔이 뻐근하고 아팠다. 간호사분께 아프다 했더니 탈수가 와서 혈관이 좁아져 약이 들어가는 걸 내 몸이 감당하지 못한다고 아주 천천히 들어가게 했으니 한숨 자라고 한 시간 맞으면 되는 걸 2시간 동안 맞았다.


팔이 화끈거리고 아파서 누워 있을 수 없었다. 앉아서 견뎠다. 번거롭게 하기 싫어서 참았다.

집에 빨리 가고 싶었다.

어쩌면 아플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부터 어지러움증과 복통이 있었는데 참을만해서 괜찮겠지 생각했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 내 얼굴이 하얗질려있었는데 나올 때는 그래도 사람 같아 보였다.

축축 처지던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죽을 사서 집에 오는데 나는 또 미련하게 걸어왔다.


나도 내가  답답할 때가 너무 많다. 

아프면 택시 타도 되는데, 버스타도 되는데 걸어 다닌다. 그래서 미련한 나는 "참을만해요"란 말을 달고 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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