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말이 와닿지 않았어. 결국, 너를 만난 날 엄마는 세상에서 한 번도 못 느낀 아픔을 느꼈단다. 오랜 진통 끝에 너를 겨우 만나나 했다가‘헉’ 소리와 함께 잠들어 버렸어. 수면부족으로 잠드는 엄마를 간호사님이 깨웠어.
“산모님 잠드시면 안 돼요, 아이가 힘들어해요”
엄마는 만삭이 되며 몸이 불편해서 거의 잠들지 못했거든. 진통 중에도 기절하다시피 잠들어 버렸지. 정신을 차리고 아무리 힘을 줘도 너는 나오지 않았어. 결국 간호사님이 배를 쓸어주시고 의사 선생님 도움으로 엄마도 함께 힘을 내서 너를 내 품에 안았단다.
“응애” 소리와 함께 너는 쭈글쭈글하고 울긋불긋한 피부에 정수리가 하얀 모습으로 나에게 왔지. 나중에 하얀 게 태지라는걸 알았어.
너무나 작고 소중해서 꼭 안지도 못하고 조심스러워 손을 떨며 너를 살며시 품에 안았지. 너의 작은 입이 엄마 가슴에 닿는 순간‘아’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왔어. 그때 느꼈던 감정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단다. 나조차 알 수 없는 감정들이라….
짧은 만남 후 너는 하얀 속싸개에 폭 싸여 간호사님과 함께 가고 엄마는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갔지. 너를 오래 보고 싶었지만, 아기는 기본 검사할 게 많아서 나중에 만나야 했단다. 병실에 와서 옷을 갈아입다가 배 위에 선명하게 도장처럼 찍힌 양손 자국을 보고 황당하기도 했고 웃기기도 해서 한참을 봤어. 엄마는 자연분만이라 치료를 받아야 했지. 이래저래 기본 일정이 끝나고 너를 다시 만났을 때 너무 놀라서 눈물만 났단다.
모유를 먹이고 배냇짓하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 바라보고 있었지. 그때 몸부림치다 네 발이 쏙 나왔어. 그런데 발가락이 모양이 조금 이상했어! 자세히 보니 반대편 꼬마 발가락과 확연히 달라거든.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니 뱃속에서 눌린 것 같다고 했어. 크면서 지켜봐야 한다고 적어도 돌은 지나야 정확한 걸 알 수 있다고 했어. 다 엄마 탓 같아서 너에게 너무 미안했단다.
너를 안고 미안함이 죄책감으로 번져가고 있을 때 너에작은 손이 엄마 가슴에 닿는 순간 엄마는 알았단다.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뽀얀 피부에 동그란 얼굴, 눈을 감은 채 가끔 실눈으로 입꼬리가 실룩샐룩하는 너는 참 시크해 보였단다. 어찌나 매력적인지 엄마는 반해 버렸어. 한참을 그 매력에 빠져있으면 아빠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단다.
미안한 마음만으로 살기에는 너와의 시간이 소중하기에 엄마는 최선을 다해 껄껄 웃는 아이, 재잘거리는 아이,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겠다고 다짐했어. 아빠랑 함께 너를 외롭지 않게 키우겠다고 약속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