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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형 Jul 01. 2022

또다시 감기에 걸리려는 자본주의

루스벨트 대통령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미국 뉴욕의 허드슨 강가를 가다 보면 강변을 따라 줄줄이 들어선 유명 정치인들의 생가, 부호와 예술가들의 대저택을 만나볼 수 있는데, 허드슨강의 아름다움과 함께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lt)대통령 생가, 미국 최고 부호였던 밴더빌트 맨션 등이 모여 있는 곳을 하이드 파크(Hyde Park)라고 합니다.      


이곳에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이라고 하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생가가 있고 그 생가 옆에 루스벨트 대통령과 관련된 역사를 기록하고 사료를 전시하는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보통 미국의 대통령이 퇴임하면 그의 고향에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을 건립하여 재임 당시의 역사와 사료를 보관하고 전시하는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죠.     


오늘은 그중 미국 유일의 4선 대통령, 뉴딜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루스벨트 대통령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을 랜선으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박물관 입구를 보실까요. 생가와  조화를 이루어야 했는지 웅장한 건물보다는 소박하고 아담한 형태의 박물관입니다. 주변의 조경이 허드슨강과 조화를 이뤄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곳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 보면 먼저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닥 중앙에 그래픽 타일로 주변(허드슨 강)의 지형을 지도로 연출했습니다.

그곳에 모여 자연스럽게 오리엔테이션 설명을 듣고 내부 관람을 하도록 해놨습니다.  

   

전시실은 주로 루스벨트 대통령과 관련된 사료를 쇼케이스에 전시하고 집무실로 사용했던 책상 등의 집기를 당시 사용했던 가구 그대로 배치해놨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앉아서 집무를 보고 법안에 서명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책상이어서 무척 인상이 남았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 전시실을 가면 대통령 집무실을 연출할 시 당시 사진만 참고해서 새로 똑같은 형태의 가구로 만들어서 놓다 보니 감흥이 새롭게 다가오지는 못한 것 같은데, 실제 대통령이 사용했던 가구를 그대로 배치해 놓은 것을 보니 신선하게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탔던 자동차도 그대로 옮겨놨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전시부스는 역시나 대공황을 극복했던 공간이었습니다. 당시의 힘들었던 모습의 기사, 만평, 기록사진 등이 보이고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펼친 뉴딜사업과 관련해서는 공사현장을 모형으로 실제 재현하여 사뭇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다양한 전시물이 있지만 그중 대공황 극복이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그 부분을 조금 확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1929년 10월 검은 목요일


1929년 10월 24일. 뉴욕의 증권거래소에서 여러 사람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자 이후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휩싸였고, 이곳저곳에서 너도 나도 주식을 팔고자 합니다. 갑작스러운 대량의 매도가 도미노처럼 이어지자 급기야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게 됩니다. 일명 대공황이라고 불리었던 대형사건의 시작, 검은 목요일이라고 도 불렸던 날의 모습입니다.


이후 10월 29일(검은 화요일)까지 미국 월스트리트의 주가가 급작스럽게 폭락하면서 그 여파로 세계 대공황이 시작되었습니다. 대공황 당시 미국의 GDP가 30~40% 가 증발하였으며, 독일의 경우 노동인구의 44%가 실업자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공황 이후 3년간 미국 시가총액의 88.88%가 증발하게 됩니다.      

대공황은 1929년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세계적인 경제 공황을 지칭합니다.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까지 세계를 강타한 경제 침체 현상이었으며, 금융 시장의 혼란과 대규모 실직 사태가 일어나 당시 서구 자본주의 사회 체계를 뒤흔들어버린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이때 미국의 대통령 루스벨트는 뉴딜 정책이란 카드로 경제 대공황 위기를 극복하게 되죠. 박물관은 그런 일련의 상황과 과정을 다양한 사료와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공황과 관련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의 극복 내용도 있고 1900년대의 격동적인 미국의 모습이 잘 담겨 있습니다.           



자본주의에도 예측 불가한 감기와 같은 병이 있다.     


우리는 제법 신기하고 기묘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 전에 클릭을 몇 번 하면 아침에 눈을 뜨기 전에 집 문 앞에 주문한 제품이 놓여있습니다. 언제든지 먹고 싶은 빵을 바로바로 사 먹을 수 있으며 신선한 식품은 시장에 넘쳐 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이 더욱더 업데이트된 자동차와 노트북이 출시되어 주인을 기다립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행위들이 국가가 특별히 누군가를 지칭해서 시킨 것도 아니고 어느 특정 집단이 주도한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민들 스스로 수요자가 되고 또한 공급자가 되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잘만하면 풍요와 번영을 움켜쥘 수 있는 기회의 시장에 모두 자리하고 있는 것이죠. 바로 자본주의 시장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소위 자본주의(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개인이 가지는 자유주의에 반하거나 법률에 의하지 않는 방법으로는 양도 불가능한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경제체제이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좋은 기능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친구에게도 고질적인 병이 한두 가지 있으니 주의를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제학자들이 있습니다. 어떤 병인지, 왜 걸리는지는 저마다 해석도 다르고 처방전도 다릅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지만 자본주의 시장은 잘 돌아가다가도 가끔, 아주 가끔 예측불허의 증상이 나타나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그런 취약점이 있다는 얘기죠.

   

왜 그러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도 예측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놈의 병이 자주 나타나기도 하고 어찌 보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크나큰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즉, 특정인(집단)이 통제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던 자본주의가 어느 날 갑자기 혼란에 빠지는 것이죠. 아주 자주 말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1929년 대공황이고, 최근으로 가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우리나라 IMF가 떠올라 무척 슬퍼집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라고 할 수 있겠죠.     


잘 돌아가는 시스템이 독감에 걸려 맥을 못 추는 사람처럼, 감기에 걸린 환자처럼 힘을 잃고 국가와 집단, 회사와 개인을 파멸에 이르게까지 하는 아주 몹쓸 태생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인이라도 알면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 세계가 총력을 기울이겠지만. 다양한 원인으로 갑작스레 악화되는 자본주주의 태생적 문제점은 모든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합니다. 사람이 잘 지내다가 가끔씩 감기와 독감에 걸리는 그런 것이 연상됩니다.      


자본주의가 이런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보다 더 좋은 시장질서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이는 게 아직도 세계경제는 자본주의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대공황 이후 수정자본주의라는 네이밍이 붙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자본주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오면서 나름대로 업데이트한 최신형 자본주의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29년 대공황 이전까지는 소위 자유방임주의가 자본주의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자유방임주의는 국가의 경제적 간섭이나 규제에 반해서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주장하는 사상입니다. 경제적 개입주의에 반대되는 주장으로, 국가는 국방과 치안만 잘 유지하면 되고 경제는 손을 안대도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알아서 잘 돌아가고 있으니 간섭하지 말고 그대로 놔두라는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가 얘기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말이죠.


실제 대공황 이전까지 시장은 거의 자유방임주의처럼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잘 돌아가던 자본시장이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서 올스톱되어 버린 것입니다.     


갑자기 몇 명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기 시작하니깐 어제까지 빛을 내서 주식을 샀던 사람들도 주식 매도에 뛰어듭니다. 많은 사람이 주식을 팔기 시작하니 당연히 주가가 내려가고, 불안한 사람들이 다시 더 팔게 되고... 주가가 곤두박이칠 침에 따라 은행 역시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주식을 사기 위해 돈을 빌려갔던 사람들이 주식 가격이 계속 떨어짐에 따라 은행 빚을 못 갚는 일이 벌어집니다. 또한 주식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기업의 가치도 떨어지게 됩니다. 이와 맞물려 사람들이 은행에 맡긴 돈을 인출해가기 시작합니다. 은행은 기업에 빌려준 돈을 빨리 갑으라고 재촉하고 반대로 은행에 돈이 모자라다 싶으니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이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몰려듭니다. 이런 와중에 한두 군데의 은행이 파산하고 문을 닫자 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져듭니다. 악순환의 시작이자 반복이 되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몇몇 기업은 파산에 이르게 되고 노동자는 기업의 파산과 함께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되어 버립니다. 실업자가 되니 돈이 없어 경제 구매력은 떨어지고,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여력을 잃어버리게 되자 이제는 기업이 제품을 생산해 봤자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이게 되고, 그래서 회사 운영이 어려워 다시 노동자를 줄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시장은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게 됩니다. 공황의 늪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제도(주식이 급락하면 거래를 일시적으로 멈추는 제도, 국가 중앙은행(한국은행, 미국의 연준)이 개별 은행들을 컨트롤하는 제도, 은행 예금자보호법(1인당 5천만 원을 국가가 보호))는 대공황 이후 많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하나하나 제도적으로 보완한 장치로서 자본주의 초기 자유방임주의와는 다른 형태의 자본주의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러한 안전장치를 만들고 자본주의를 업데이트했지만 여전히 가끔씩 생기는 자본주의의 몸살감기(금융위기)는 사전에 막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감기에 걸린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안다고 그것을 미연에 완벽하게 막지 못하는 것처럼요.  자본주의란 시스템도 잘 나가다가는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그 어느 순간 한 번씩 감기에 들려서 맥을 못 추는 일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세계경제는 몸살감기에 걸린 듯 보입니다.     


안타깝지만 지금 세계경제지표가 무척 안 좋습니다.


세계까지 갈 것도 없고 우리나라만 봐도 100년 전 대공황이 연상될 정도로 공포의 경제지표가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가는 떨어지고 금리와 환율은 올라가고 있습니다.

기름값은 이미 감당 수준 이상을 넘었고 이게 물가인가 의심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모든 가격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1929년 대공황 앞 뒤로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이 자리하고 있는데, 불행히도 지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유럽으로까지 확전 되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이제는 각자가 루스벨트 대통령이 돼야 할 때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1920년대와 1930년대 대공황이 전개될 때 사람들은 경제의 악순환 흐름이 왜 생겼고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022년.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세계 경제의 흐름을 시시각각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1929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남자가 건물 옥상 위에서 소리칠 때 대다수의 군중이 모여서 저 사람 뭐지,라고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며칠을 앓다가 결국은 툭툭 털고 일어섭니다.


지금의 상황 역시 모두가 잘 이겨내어 툭툭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감기약과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감기를 극복하듯,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본주의의 감기를 잘 파악해서 각자에 맞는 감기약과 충분한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습니다.


대공황의 교훈도 있고 IMF와 세계 금융위기의 데이터도 있으니 너무 국가와 조직에만 의지하지 말고 이제는 각자 스스로의 처방전을 가지고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들 건승하시죠.


루스벨트 대통령 박물관 얘기로 시작했으니 박물관 얘기로 마쳐야겠죠.



박물관 뒤 뜰에 보면 흉상 조형물이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왼쪽이 루스벨트 대통령 오른쪽이 처칠 수상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이끈 연합국의 리더죠. 지금도 서로 마주 보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실제 2차 세계대전 발발 전에 처칠 수상이 이곳에서 루스벨트 대통령과 회담도 했다고 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시 재택근무 중이었나 봅니다.


또 아래 재밌는 사진이 있습니다.

박물관 앞 넓은 야외에 동네 사람들이 각종 군수장비와 소품을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위의 분들은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라고 합니다. 이때가 2009년 5월 즈음이었는데 마침 메모리얼 데이(우리로 치면 현충일)와 방문일이 겹쳤습니다. 가이드 분 말씀에 의하면 메모리얼 데이가 되면 미국인들은 집에 있는 군수장비를 가지고 나와서 이렇게 함께 야외에 펼쳐놓는 행사를 스스로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놀란 게 집에 가지고 있는... 이란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위에 보이는 무기, 차들.. 모두 집에 보관 중인 장비라고 합니다. 아마 전쟁에 참전했던 분들 같은데요.


물론 총기가 허용되는 국가인데. 우리나라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너무 깜짝 놀랄만한 이벤트였습니다.


우리 집엔 군복 한벌과 깔깔이와 전투화 그리고 제대 기념 앨범 한 개가 전부인데 말이죠.


아무튼 차원이 다른 미국인들의 애국정신 표출에 엄지 척하고 돌아선 기억이 납니다.


국가는 소중한 것이죠. 국가가 있어야 개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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