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유럽여행일기 in 폴란드 소포트
2022년 10월 31일
그단스크에서 마지막 아침을 보내고 소포트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소포트는 폴란드 북부 발트해 연안에 있는 해변 휴양도시로 그단스크, 그디니아와 함께 트라이시티 대도시권을 구성하고 있다.
소포트는 대표적인 온천, 사우나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오늘 우리도 바로 그 소포트에서 사우나를 해보기로 했다.
기차에서 내려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해놓은 사우나로 향했다. 소포트 중앙역에서 한 15분 정도 걸어 도착했다.
처음엔 식당 옆에 덩그러니 있는 사우나에 조금 당황했는데 이 식당에서 사우나까지 같이 운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가 정말 놀랬던 점은 이곳이 남녀공용 사우나라는 것. 남자분들은 다들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당황했다. 어떤 여자분들은 그냥 나체로 있기도 했는데 내가 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어서 혼자만 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뚝딱거렸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사우나에 나와 친구밖에 남지 않았고 그때부터 우린 편하게 사우나를 즐기기 시작했다.
바다를 보면서 사우나를 하는 건 또 처음인데 나름 매력 있었다.
따듯한 공기가 나를 감싸고 머릿속 잡생각이 사라지면서 그냥 바다만 멍하니 바라봤다. 잔잔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사우나 안에서 마치 무성영화 같은 바깥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니 잠시나마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많이 더워지면 사우나에서 나와 사우나 앞에 놓인 선베드에서 잠도 자고 사우나 앞바다에서 수영도 했다. (수영복을 챙겨 온 친구만 수영을 하고 난 발만 담갔지만)
한참을 그렇게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낸 우리는 저녁노을이 이쁘다는 항구에 가기 위해 얼른 샤워를 하고 당황스러움과 힐링이 가득했던 사우나를 나왔다.
폴란드는 이제 4시면 해가 지기에 해 지는 시간에 맞춰 택시를 타고 왔는데 웬걸 안개 때문에 노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흐리면 흐린 대로 그 매력이 있는 것 같아 많이 아쉽진 않았다. 아주 쪼끔 아쉬웠다.
뭔가 크러쉬의 ‘beautiful’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경치여서 그 노래를 들으며 안개가 자욱한 발트해를 즐겼다.
그렇게 실시간으로 어두워지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번 여행을 되짚어 보았다. 하루 전에 계획하면서 즉흥으로 다녔던 여행 치고 성공적인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바다 옆 밝게 빛나고 있는 한 식당을 발견한 우린 소포트에서 마지막 저녁식사 장소로 그곳을 선택했다.
생선 요리를 하는 식당이었는데 바다 뷰가 또 아주 예뻤다.
마지막 즉흥 저녁식사까지도 완벽했던 2박 3일 폴란드 북부 해안도시 여행.
여름의 이 도시들이 너무 궁금해졌다. 겨울이 찾아온 10월의 마지막 자락에도 이렇게 좋았으니 여름엔 더 좋을 게 분명하다.
언젠가 꼭 여름에 다시 오리라, 그렇게 이번 여행으로 내 버킷리스트가 또 하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