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세인 Jan 24. 2023

EP12 인생은 선택의 연속, 난 그 선택을 사랑해

바르샤바에서 쓰는 열세 번째 청춘일기

벌써 2022년이 작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난 지금, 그러니까 23년 1월의 끝에 다다르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글을 쓸 시간이 생겼다. (게으른 나의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그 핑계를 조금 들려주자면

우선, 시험기간이었기에 공부를 했어야 했다. 이제까지 학생인지 한량(?)인지 모를 만큼 열심히 놀았기에 그걸 만회하기 위해선 양심상 도서관에 출근 도장을 찍어야 했다.

결과는 수업 4개 중 3개는 pass, 한 개는 fail이 떴다. 그 시험을 cover up 하기 위해서 재시험을 쳐야 하는데 요즘 그것 때문에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휴, 청춘은 실패의 연속이라던데 그래도 이런 실패는 사양이다. 정말로.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유럽에서, 바르샤바에서 보내는 내 첫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고 싶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폴란드 친구 집에 놀러 가 내 생애 첫 크리스마스 진저 쿠키도 만들어보고 (폴란드는 진저 쿠키가 유명하다.)

처음으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나무가 아닌 진짜 나무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우리가 만든 크리스마스 진저 쿠키는 어떤 쿠키보다 맛있었고

우리가 만든 크리스마스트리는 어떤 트리보다 이뻤다 :)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크리스마스 마켓 즐기기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던 바르샤바 크리스마스 마켓 투어와

사람이 또또 너무 많아서 정신은 없었지만 정말 귀엽고 예뻤던 브로츠와프 크리스마스 마켓 투어까지

그렇게 부지런히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기고 나니 이제 몇 년간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은 그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그리고 우리 집에서 룸메 친구 생일 파티 겸 크리스마스 파티도 열었다!

친구가 수육과 잡채, 미역국을 준비해서 친구들에게 대접했는데 정말 인기 만점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식이 잡채인데 오랜만에 배 터지게 잡채를 먹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요리 잘하는 내 친구 멋지고 소중하다..)

집에서 이렇게 크게 홈파티를 연 건 처음이라 아주 조금 힘들었지만 너무 재밌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교환학생 시절 추억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은 기억이랄까. 바르샤바 집에서 여는 이런 홈파티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후회 없이 열심히 즐긴 것 같다!

이렇게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난 정작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엔 집에서 '나 홀로 집에'를 정주행 했다. 친구와 잠깐 밖에 나가보기도 했는데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서 유령도시가 된 바르샤바에서 할 게 없었다.

그래도 룸메 친구와 둘이 집에서 소소하게 영화 보고 캐럴 듣는 재미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폴란드 친구네에 놀러 가 진짜 진짜 마지막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

크리스마스 파티라고 부르고 먹부림 파티라고 쓰는 이번 파티에선 정말 많은 폴란드 음식을 먹었다.

다양한 수프들과 치즈와 함께 먹는 차가운 생선 요리 (맛있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양귀비 씨로 만든 요리.. 등등

피자까지 직접 구워 먹었다. 친구네 부모님이 계속 먹을 걸 주셨고 또 너무 맛있어서 거부할 수 없었다.

심지어 친구네 어머니한테 크리스마스 연휴에 슈퍼들이 다 문을 닫아서 집에 먹을 게 없다고 말하니 정말 두 손 가득 먹을 걸 챙겨주셨다.

친구네 집을 갈 때마다 항상 마치 시골 할머니집에 놀러 간 듯한 알 수 없는 편안함과 따듯함을 느낀다. 이젠 폴란드 친구네 가족들이 폴란드에 있는 내 두 번째 가족 같다. 내가 바르샤바에서 이런 감정을 느낄진 상상도 못 했는데 너무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친구들, 그리고 내 폴란드 가족 덕분에 바르샤바에서의 내 첫 크리스마스가 너무 따듯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바르샤바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리고 12월은 내 꿈과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바로 꿈의 방송사 JTBC '톡파원 25시'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격적인 방송을 해본 건 당연히 처음이라 준비할 것도 많고 촬영이 고되긴 했지만 촬영을 하며 보내는 시간 1분 1초가 설레고 두근거렸다.

이렇게 바르샤바에서 보낸 22년 12월은 정말 바빴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한 달이었다.


2022년, 내가 내린 최고의 선택인 바르샤바라는 도시에서 보낸 3개월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날 성장시켰다. 또, 바르샤바는 내게 참 생각지도 못 한 행운을 많이 선물해 줬다.


그래서일까 바르샤바는 내게 참 고마운 도시이자 내 운명 같은 도시이다. 지금 난 바르샤바라는 선택, 또 바르샤바에서 한 내 모든 선택을 빠짐없이 사랑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던가, 그렇기에 지금 난 내 인생도 빠짐없이 사랑한다. 내 인생의 빛나는 순간 또 한 없이 못난 순간까지 그 모든 게 내 선택의 결과이기에 당당하고 자랑스럽다.

2023년 1월의 끝에 있는 지금, 난 새로운 선택을 했다. 바르샤바에서 6개월을 더 살기로!


이 선택을 책임지기 위해 해야 할 일도 많고 그래서 걱정도 많지만 지금까지 바르샤바에서 한 선택들은 항상 날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줬기에 새롭게 얻게 된 이 6개월이란 시간이 이번엔 날 어떤 곳으로 이끌지 기대가 된다.


그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난 지금 그 선택을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EP11 몰아치는 차가움 속에서 따듯함을 잃지 않도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