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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물질의 방
Apr 19. 2023
특별히 신체에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자리에 앉아있다가 일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한 몸 가누면서 한순간에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여럿이 손을 잡고, 함께 일어나는 것은 어떨까? 혼자 일어날 때보다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아진다. 만일 여럿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가 함께 일어나는 경우는 어떨까? 손을 잡았을 때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학창 시절 수련회에 가면, 그리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얼차려를 주곤 했다. 단골 종목이 어깨동무를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굳이 함께 손을 잡고 일어설 필요가 있을까 싶다. 모두 일어선 채, 서로 손을 잡는 것이 최종 상태라면, 각자 일어서, 필요할 때 손을 잡는 게 보다 효율적이다. 함께 일어서기 위해 시도하다가 한 명이 넘어지며 다 같이 넘어지는 불필요한 리스크 없이, 일어나 있는 이들을 찾아 함께 손을 잡으면 훨씬 쉽다.
애플, 페이스북, 페이팔 등 세계적 기업들의 탄생을 보면, 기업가 개인을 포함한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이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되어 두발로 우뚝 서면, 하나의 점(Dot)이 된다. 점은 필요에 의해 다른 점을 만나고, 그 만남이 반복되면 선이 된다.
일어선 상태로 손을 잡는 효율적인 과정으로 점이 선이 되었고, 지금의 원이 되었다. 원이 되면 다시 그것은 점이 된다. 그렇게 확장해 나간다.
과거의 혁신은 국가기관, 기업 등 조직 내부에서 발생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지금의 혁신은 조직 외부로부터 획득하는 경향이 있다. M&A(인수합병)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하나의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합병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데, 인수자 입장에서 그 비용은 함께 손을 잡고 일어서며 발생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비용이며,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기에 인수/합병이 성사되는 것이다.
노동 중심의 농업/산업사회에서는 다 함께 손을 잡고 일어서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가치 창출 수단이 토지와 기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가 1980년대에 예견한 바와 같이 정보화는 이미 굳건히 자리 잡았고, 가치 창출은 정보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정보 전달자에 불과하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도 의미 있다.
현대 사회를 초연결 사회라 부른다.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고, 연결할 수 있다. 우리는 다 같이 손을 잡고 일어설 필요도 없이, 이미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엮여 있다. 스스로가 점이 된다면 다른 점을 만나 선이 되고, 원이 되는 것은 구직자에게도, 기업가에게도 쉬운 일이다.
스스로 두발로 일어나서 하나의 점으로 세상에 존재해야 한다. 이것은 부와 명예와 같은 세속적인 이유가 아니다. 우주의 빅뱅은 점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삶의 폭발적 성장도 스스로 점이 되는 것부터 시작된다. 선의 일부로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도 스스로가 찍고 있는 점을 항상 자각해야 한다.
불교 철학에 담긴,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진짜 의미는 점(Dot)으로의 스스로를 자각하라는 뜻이다.
개인주의를 미풍양속을 해치는 태도로 보기에는 세상이 너무 변했다. 반대로 스스로 우뚝 서있는 개인주의자를 원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관점이 중요하다.
"이리 와서 앉아봐."라고 말하는 이들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