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자연과 가깝게 한 것
어릴 때부터 아이랑 자연놀이를 많이 해왔다. 난 키즈카페나 어떤 정형화된 시설들을 선호하지 않는데 아이의 놀이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발도르프 교육이나 놀이가 영아기 때 아주 좋은 건 사실인 듯하다. 그렇다고 어떤 거창한 자연놀이를 하기 위해 차를 타고 멀리 나간 건 아니고 그냥 집 근처 공원이나 산책로를 주로 이용했다. 놀이터도 좋다. 산속에 작업실을 갖고 계신 아이의 할아버지 덕에 주말엔 늘 작업실에 가서 산속 나무들과 계곡, 고양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참 좋은 점이 자연놀이를 많이 해본 아이는 어디에서든 장난감이 없어도 자연물로 장난감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자유롭게 놀면 흥분하고 천방지축으로 날뛸 것 같지만 오히려 아이는 자연 속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놀이를 계속했다. 성격이 급한 아이에게는 정말 좋은 환경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자연이 아이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찾아보면 놀랄 만큼 많은 자료들이 있다. 이를테면 더 창의적이게 만든다거나 아이의 학업성적이 더 좋아졌다거나 하는 자료들 말이다. 그런 건 제쳐두고라도 일단 정서적으로 훨씬 더 안정감을 준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내가 생각할 때 정서적으로 부족함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커가면서 점점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는데 아무래도 자연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한다. 워낙 활동적인 탓에 앉아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지금은 오히려 차분해져서 처음 만난 사람들은 아이를 얌전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아마도 느리고 차분한 자연 속에 있다 보니 점점 그런 자연의 성질을 배운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하루종일 자연 속에 있다 보면 배우는 것이 참 많다. 굳이 내가 아이에게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그것들을 터득한다.
자연은 내가 지금껏 세상에서 많나 본 중에 최고의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