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오늘도 피곤하였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방의 전등을 킨다
오래된 전등은 빠르게 깜빡거린다
탁한 불빛이 안개처럼 뿌려진다
신은 오늘도 괴롭고 슬펐다
매일 그의 눈 속을 가득 채우는
피조물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과 연약함에
피조물들이 만들어내는 탐욕과 이기심과 잔혹함에
신은 오늘도 무기력하였다
이제는 커튼을 내리고 싶다
그러나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의
새벽 첫차가 출발하는 소리와,
정거장에서 피로한 눈으로 버스를 기다리다
몸을 싣고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의 숨결과,
인력대기소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있는 이들의 기다림에
그는 자신의 오래된 전등을 다시 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