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연못 Apr 14. 2024

죽음에게

우리의 시간은 갈라지고 우리의 삶은 각각 다른 액자에 담긴 그림이 되었다. 우리는 이제 서로를 볼 수 없지만 그림 속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나는 때때로 파란색 물감으로 나비 날개를 달고 있는 내 모습을 그린다. 어둠 속에 있는 자화상을.


너에게는 날개가 있었지만 그 날개로 날아오르지도, 날갯짓을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추락했다. 그건 네가 원하던 바였다. 그때 내가 느꼈던 한기를 지금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한기를 떨쳐내기 위해 어깨를 손으로 쓸어내리다가 내 날개를 만져본다. 그리고 보랏빛 밤하늘을 본다. 화성이 붉게 빛난다. 나는 이 날개로 무엇을 할까. 어쩌면 힘껏 날아가려다 벽에 부딪혀 떨어질지도. 나는 아직도 세상을 전혀 알 수 없기에.


내가 흘린 눈물이 네 날개를 적셔버리고, 내 눈물 때문에 네 날개가 무거워져서 네가 안락한 구름 속을 날아다닐 수 없게 된 건 아닌지 걱정한다. 눈물을 다시 되돌리고 싶다. 아니면 네 새하얀 깃털 중 하나에 얼룩을 남겼을까. 너는 네 날개의 얼룩을 보며 눈물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을까.


나는 우리 모두가 이곳을 잠시 지나가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왜 너와의 이별이 슬펐을까.

여기는 우주에 있는 작고 파란 별 속의 아주 작은 정거장일 뿐인데.


작가의 이전글 림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