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는 아무도 먹지 않는 열매가 열린다.
지치고 앙상해진 뿌리는
마른 몸을 적시려 내 피를 빨아들인다.
피를 빨릴수록 견뎌내야 하는 밤이
더 무겁고 무섭게 느껴진다.
열매가 붉고 윤기 나는 껍질을 가질수록
내 존재와 불안은 새벽의 소리와 함께
여름의 습기 속에서 진하게 피어난다.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연기가 피어나는 것처럼.
그러나 재가 된 나는 발견되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낸
지상 위의 에덴동산과 지옥 사이에서.
고통과 죽음의 장소이자
행복과 탄생의 장소인 이 별에서.
그 별에서 태어난 나의 머릿속애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머리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