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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연못 Jun 11. 2024

타이탄

내 머릿속에는 아무도 먹지 않는 열매가 열린다.

지치고 앙상해진 뿌리는

마른 몸을 적시려 내 피를 빨아들인다.

피를 빨릴수록 견뎌내야 하는 밤이

더 무겁고 무섭게 느껴진다.


열매가 붉고 윤기 나는 껍질을 가질수록

내 존재와 불안은 새벽의 소리와 함께

여름의 습기 속에서 진하게 피어난다.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연기가 피어나는 것처럼.

그러나 재가 된 나는 발견되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낸

지상 위의 에덴동산과 지옥 사이에서.

고통과 죽음의 장소이자

행복과 탄생의 장소인 이 별에서.


그 별에서 태어난 나의 머릿속애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머리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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