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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연못 Aug 30. 2023

항해, 그리고 선원


나의 초라한 시간을 싣고

침묵에 융해되어 버린 진실을 보기 위해

항해를 떠난다


낯선 바다를 떠다니다 어둠에 눈이 가려지고 파도에 쓸려나간다. 바닷물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온몸이 바닷물로 가득 들어찬다

이 순간, 존재한다는 것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괴롭지 않다. 내 존재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어둠에 갇히고 파도에 삼켜진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


나를 실은 물결은 변화하는 하늘을 보여주며

나를 조용히 지탱하며 함께 떠다닌다


그러나 곧 검고 마른 파도와

별 하나 보이지 않는 고독이

이정표가 없는 항로를 지나는 나를 막을 것이다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내가 좌절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내게는 종양처럼 자리하고 있는 절망이 있다. 아주 단단한 절망이.

그렇기에 세상이 아름답지 않아도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무언가를,

한 번도 잊은 적 없이 없는 꿈을 향해 다시 항해를 시작할 수 있다


농축된 슬픔은 인간을 파괴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고통은 상처와 흉터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만들어 비로소 존재하게 한다



글/그림   푸른 연못

그림: 캔버스에 유채 40.9*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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