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by 황필립

오늘도 어김없이 불안의 창백하고 굵은 뼈대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힘차게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뼈대가 다 완성되고 나면 그것은 내가 가지게 될 찰나의 행복과 희망을 먹으며

자신의 살과 피를 만들어 완전한 형상을 갖추고 생명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 곧 나를 흉내 내고 내 행세를 하며 세상을 살아갈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내 흉내를 멈추고 비로소 내가 되겠지요.

그래서 나는 거울을 봐도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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