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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Mar 22. 2024

<인간실격> 이야기 들려주니 갑자기 울음 터뜨린 아이

무조건 참고 배려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두 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성향이 참 다르다. 사회성이 좋고 모범생 소리를 듣는 첫째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 의해서 자신의 기분이 좌지우지된다. 반면 둘째는 주변에서 뭐라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집중하는 것은 끝까지 하고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언뜻 보기엔 자기주장이 강하고 다른 사람과 못 어울리는 것 같아 둘째가 걱정될 수도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와도 잘 지내나 자신 안에서는 다양한 감정을 겪는 첫째가 더 걱정이 된다.  살아가면서 내가 중심을 잡아야 행복하다는 걸 내가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두렵고 거북해서 그 어색함을 못 이긴 나머지 일찍부터 숙달된 익살꾼이 되었습니다. 즉 어느 틈에 진실을 단 한마디도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저는 말싸움도 자기변명도 하지 못했습니다. 남이 저에게 욕을 하면 그게 정말이야, 내가 엄청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이렇게 생각되어서 언제나 그 공격을 잠자코 받아들이고 속으로는 미칠 듯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인간실격> 중에서

 

 유교적인 사회에서 자라며 우리도 내 속마음을 숨기며 어른들에게 순응하는 삶을 살아왔다. 아이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가끔 둘째가 나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또박또박 말대꾸할 때 화가 나거나 버릇없다고 느껴진다. 나아가 이 어린아이가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도 들 때가 있었다. 그러나 말투만 버릇없지 않다면 사실 잘못한 게 없다.

 반면 첫째는 너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본다. 그래서 이 문학을 읽으며 자꾸 첫째가 생각난 이유다. 늘 내 기분을 살피고 표정이 안 좋으면 화났는지 물어본다.


 어제는 피곤해서 아이가 평소처럼 일어나지를 못했다. 둘째랑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있는데 방에서 징징거리며 울고 있는 거다. 아침부터 그러니 나도 짜증이 밀려왔다. 그래서 또 왜 그러냐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러니 바로 울면서 나와 “엄마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아이다. 물론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탓하며 짜증을 부리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그런 건 이야기해 주면 되지만 내가 걱정되는 건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의 감정을 누르는 모습이다. 자신의 기분이나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고 상대가 화냈다거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바로 사과하고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다른 사람의 기분에 자신의 선택을 뒤로하는 모습이 걱정이 된다. 동생과도 놀이하다가 트러블이 있으면 엄마, 아빠에게 혼날까 봐 얼른 사과하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다. 밖에서도 늘 그럴까 봐 걱정되는 건 나의 오버일까..  

   

 “ 정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누가 무언가를 주었을 때 거절한 것은 제 생애에서 그때 단 한번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불행은 거절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권하는 데 거절하면 상대방 마음에도 제 마음에도 영원히 치유할 길 없는 생생한 금이 갈 것 같은 공포에 위협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실격> 중에서

  

 이 부분을 읽고 글쓰기를 하면서 자책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첫째가 오버랩이 되었다. 앞에서 문제집을 풀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가 <인간실격>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주인공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참다가 나중에 많이 아프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 늘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하고 착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내 말을 집중해서 듣더니 갑자기 아이가 울음을 터뜨려 당황했었다. 저 아이가 그동안 다른 사람 배려하느라 참았던 것들이 생각났나라고 느끼니 내 마음도 아프면서 이야기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어리기에 힘들지만 참고, 싫지만 양보하면서 속으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 엄마가 그렇게 먼저 말해주니 자신이 몰랐던 감정을 느낀 것이다.   

   

 태권도에 가면 늘 우리 아이는 FM이라고 표현해 주신다. 규칙을 잘 지키고 인정받고 싶어서 잘하려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언젠가는 아이가 그런 말도 했다. 보드게임하면 친구들이 자기랑만 편을 하고 싶다는 거다. 엄마인 나는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아직 나누는 게 서툰 다른 아이들과 달리 이 아이는 양보하고 배려했을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막 대하는 것도 안 되지만 내가 싫은데 굳이 참으며 다른 사람에게 다 맞춰 줄 필요도 없다고 해 주었다.  너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야 다른 사람도 너를 소중하게 대하는 거라고 말이다.    


 아직은 자라는 과정이기에 아이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자신의 감정은 무엇인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건지 모를 것이다. 이렇게 엄마인 내가 먼저 책을 읽고 느끼며 그 부분에 대해서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순간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나 또한 살아가다 보니 어느 정도 나를 표현해야 상대방이 알아주고 내가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나를 존중하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를 키우지 않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자신감 있게 표현하도록 도와주겠다고 오늘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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