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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Jun 10. 2024

누구 고집이 더 센가 가끔 힘겨루기 하는 엄마와 아들

너를 이기는 것이 맞는 걸까 느껴지는 자괴감

아이의 몸이 형이 만든 로봇으로 향한다. 곧 가서 무너뜨릴 것 같아 미리 말한다. “형이 만든 거 망가뜨리지 마.” 내 눈을 보고 원래 하려던 대로 가서 끝까지 로봇을 부서 버리는 둘째이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고, 아이에게 화내지 말고 반복해서 말해주어야 한다고 책이랑 유튜브에서는 말한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게 될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엄마가 하지 말라고 했지! 넌 꼭 그렇게 네가 하려던 걸 하더라.” 라며 부정어를 사용하고 아이를 내 맘대로 어떤 아이인지 정해버린다. 무슨 말하면 바로 들으며 겁이 많은 첫째와 달리 자기주장도 고집도 센 둘째로 가끔 난 힘이 든다. 그런 아이와 기싸움이라도 하는 날에는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저 작은 아이를 이겨서 나는 뭘 하겠다는 건지 헷갈리기 일쑤다.    

  


 유치원버스에서 내린 아이, 피곤하다며 내 손을 잡는다. 공동현관 앞에서 자기는 팔에 힘이 없으니 엄마가 비밀번호를 누르란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기가 잘 누르고 내가 누르려 하면 자기가 누르겠다며 내 손을 쳐내던 아이다. “네가 그동안 잘 눌러줬으니 오늘도 해줘.” 했더니 엄마가 해 달라며 계속 서 있는 것이다. 왠지 나도 모르게 지기가 싫었다. 그래서 “엄마는 00가 눌러줘서 들어가는 게 좋은데.. 00가 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지.” 하니 공동현관 앞에서 놀며 내가 누를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까? 피아노를 마치고 오는 첫째가 열어주어서야 우리는 들어갔다. 다음날도 상황은 같았다. 이번에는 안에서 나오시는 분이 있으니 얼른 둘째까 뛰어들어가 들어가게 되었다. 7살 아이가 엄마에게 지기 싫어서 마냥 기다리고 절대 자기가 눌러서 들어가지 않는 모습에 놀란 나였다. 그러면서 그 아이를 이겨서 나는 뭘 하자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순간순간 아이와 같은 연령이 되는 건지도..     


 치과에서 셋이 돌아오던 어느 날 둘째는 형아가 같이 놀이터 못 가는 것에 화가 났다. 그러면서 씽씽카를 던지고 자기가 화가 났다는 것을 계속 표현하였다. 나는 상황 설명을 해 주었기에 너의 그런 모습은 변화를 줄 수 없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아이의 행동을 무시하고 계속 걸어갔다. 그랬더니 혼자 다른 길로 집까지 가버려서 내가 들어오지 못하게 현관 자물쇠 위 기다란 잠금장치를 이용한 아이였다. 내가 현관문을 열려니 막대에 걸려서 열리지 않았다. “빨리 안 열어! 너 지금 엄마 들어오지 말라고 저거 잠가놓은 거야?” 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늘 예기치 못한 아이의 행동에 놀라는 엄마다. 첫째를 키우면서는 겪지 못했던 아이의 고집을 수시로 느끼는 중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끝까지 자기가 하려던 걸 해 버리는 아이, 양치하자고 하면 자기가 보던 책이나 하던 걸 다 끝내고 오는 아이, 어떤 행동을 지적하면 자기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고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아이.. 마음이 여린 첫째와 다른 마음가짐과 육아방식이 필요하다. 분명 엄마는 같은 사람인데 성향이 너무도 다른 아이를 키우다 보면 늘 머릿속은 복잡하고 하루에도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쉽게 상처받고 겁이 많은 첫째와 같은 방식으로 하는 게 고집 세고 주장이 강한 둘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너의 고집대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의 고집을 어른이 꺾어야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특히 요즘 들어 걱정되는 것은 아이가 입학을 앞두고 있기에 더 고민이 된다. 혹시나 학교 가서 아이가 미움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아이가 가진 성향을 존중해 주면서 어느 정도 사회에서 어울릴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건 참 어렵다. 학원을 가는 첫째와 달리 오후에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둘째로 인해 아마 나는 또 고민을 하고 한숨을 쉬게 되지 않을까. 나 스스로 너는 어떤 아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기보다 아이에게 나의 감정과 잘못된 행동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쳐가는 하루라도 오늘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음을, 오늘이 너의 가장 예쁜 날임을 잊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글을 쓰는 자체가 나를 돌아보고 내 아이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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