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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Jun 14. 2024

도대체 언제 혼자 읽을 거야?!

멀고 먼 읽기 독립의 길

아기 때부터 책을 엄청 읽어주면 저절로 책을 좋아하고 잘 읽게 되는 줄 알았다. 한글을 떼고 나니 읽기 독립이 늘 나에게 숙제처럼 다가온다. 주변의 아이들은 글밥 많은 것도 잘 읽고 인스타에서 보이는 아이들은 우리 아이보다 1~2살 어린데도 더 수준 높은 책을 읽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씁쓸한 기분과 조바심이 나는 건 피할 수가 없다. 언제쯤 혼자 읽어서 나 자유시간 좀 갖게 될까 했었다. 아이가 학습만화를 혼자 보니 신기해서 그거라도 읽으며 글과 친해져라 했지만 어느 순간 학습만화만 보는 아이 때문에 또 걱정이 시작되었다. 정말 엄마의 고민은 끝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온전한 글만 있는 흑백의 페이지를 아이가 스스로 읽기까지는 엄마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가 보다. 아니 그 뒤에도 지속적으로 좋은 책을 읽도록 도와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글책을 읽도록 나아가는 중간의 방법을 기록해 보았다.




첫째, 낭독이 습관이 되기 위해 눈에 보이는 습관표가 도움이 되었다.

첫째는 한글을 늦게 떼었다. 문자면에서는 아이의 속도가 느렸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내가 책을 읽어주어도 글자보다는 늘 그림에 눈이 가는 아이였으니 말이다. 아이가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한글교재를 해도, 책의 글자를 짚으며 읽어주어도 발전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학교 가서 그래도 꾸준히 짧은 책부터 낭독을 시키고 문제집을 1~2페이지씩 꾸준히 하니 이제 읽는 데 더듬거리지는 않는다. 지금 지나고 생각해서 만약 다시 몇 년 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방법이 최선이었던 것 같다. 억지로 하면 아이는 더 거부감이 들고 아예 책과 멀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몇 줄 안 되는 그림책이라도 꾸준히 낭독하도록 옆에서 함께 해 주었다. 1년이 지나니 아이가 소리내어 읽는 걸 귀찮아했다. 그래서 얼마 전 강성태 강연에서 받은 습관표를 활용해 보았다. 66일 동안 빠짐없이 읽으면 원하는 것을 사 주기로 했다. 그동안 습관은 잡아주되 체크하는 게 또 귀찮아 놓쳤었는데 이렇게 눈에 보이게 하니 아이가 스스로 읽고 스티커 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아이들은 눈에 보여야 하는구나를 깨달았다.



둘째, 지속적으로 재미있어할 만한 책을 제공해 주었다.

 유치원까지는 내가 읽어주면 되기에 집에 있는 전집들로 해결이 가능했다. 주변에서 받기도 하고 당근거래를 이용해 전집을 바꿔주었다. 그런데 아이가 스스로 읽게 하기 위해서는 집에 있는 전집은 아이에게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 도서관을 정말 자주 다니고 있다. 학습만화만 보던 아이가 좋아할 만할 책을 빌려오니 중간에 섞어서 본다. 같이 도서관에 가도 아이는 학습만화만 읽을지라도 나는 그 시간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들을 고른다. 다둥이로 가족당 한 도서관에서 40권을 빌릴 수 있기에 여러 책을 골라 온다. 그럼 실패한 책이 있을지라도 홈런 한 책들이 있으면 성공인 거다. 우리 집에서 조금씩 글밥으로 이동하게 도와준 이야기책들은 <빕스패밀리> <코드네임> <비밀요원레너드> 등이 있다. 그 외에 남아들이기에 자연관찰을 좋아해서 < 최강 00백과> < 00 배틀 전> 도감, 대사전 같은 백과사전식의 책을 빌려오면 둘이 서로 이야기하며 너무 잘 본다. 도서관에서 책을 잔뜩 빌려온 날이면 며칠은 그 책들 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제 도서관을 가야 할 시기가 눈에 보인다. 첫째가 도서관 책을 다 보고 지겨워지면 쉬는 타임에 집에 있는 <수학도둑>을 꺼내드는데 내 나름대로 그때를 도서관 가는 시기로 보고 있다. 이렇게 계속 아이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해 책을 빌려오니 아이가 스스로 읽는 시간이 늘어난다.     



 셋째, 엄마가 그 과정을 함께 해 주고 칭찬과 격려를 해 주었다.

아이가 읽는 걸 어려워할 때는 함께 읽기로 시작했다. 페이지를 번갈아 읽는 다던가, 대화체만 아이가 읽는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아이가 부담 없어할 만한 짧은 글을 읽게 할 때 옆에서 함께 해 주었다. 너 혼자 읽으라고 하고 엄마는 폰을 보거나 다른 것을 한다면 아이는 더 읽기 싫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스스로 읽고 있기에 옆에서 꾸준히 칭찬과 격려를 해 주고 있다. 하기 싫은데, 힘든데 잘해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이런 과정이 늘 평화로웠던 것은 아니다. 하기 싫다고 짜증내면 힘들기도 했다. 저녁때쯤 내 에너지가 바닥인데 옆에서 매일 해 주면 언제까지 이걸 해야 하나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 아이가 발전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게 무엇이 있을까.. 내 아이가 조금 부족하고 느리면 더 지켜봐 줘야 하지 않을까..



집에 있는 동생과도 비교가 되고, 학교에서도 잘하는 아이들을 보며 실망할 때도 있을 것이다. 자기가 느려서 가장 힘든 것은 정작 본인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네가 느려서 나를 힘들게 한다는 생각보다 너는 얼마나 더 속상하고 힘들겠니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상대적으로 알아서 한글 떼고 잘 읽는 나의 둘째 같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이러한 고민들을 못 느낄 것이다. 늘 나 스스로 비교하지 않으며 아이의 속도를 따라가자고 다짐해 본다. 네가 흑백의 줄글책을 즐겁게 읽는 날까지 엄마와 함께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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