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책을 보는 아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아이가 된다
얼마 전 박지성 아내의 기사글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에는 책을 보는 아이들과 함께
“어릴 때 좀 유-우-난을 떨어서라도 일단 한번 책벌레로 만들어놓으면 엄마, 아빠가 지인짜 편해요. 혼자 읽기 시작하면 두세 시간은 안 찾거든요.”
라는 글이 있었다. 이 기사를 보자마자 너무 공감했다. 나도 첫째가 아기 때부터 말 그대로 유난 떨며 책육아를 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두 아이 모두 집에서 책을 보느라 평화로운 시간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 7~8년의 엄청난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이가 책을 읽으니 평화로워진 분위기만 좋은 것은이 아니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언어, 배경지식, 인성 등 모든 면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첫째 낳기 전부터 책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육아서를 읽으며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나의 유난이라 하면 집에 책을 곳곳에 많이 놓았고 시간 나는 대로 읽어주었다. 한 번에 10권 이상 읽어준 날도 수두룩하다. 할머니댁이나 여행을 갈 때도 책을 꼭 챙겨갔다. 할머니댁에서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먼저 책을 꺼내 읽어주었다. 아이가 보지 않아도 듣기라도 하라며 계속 읽어주었다. 개똥이네, 당근마켓 등을 이용하여 중고책을 수시로 구입했고 누가 책 준다 하면 다 받았던 것 같다. 이러한 시기들을 지나 이제는 도서관을 일주일에 2~3번 가서 아이가 읽을만한 책을 빌려온다. 아이가 책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고 나니 아이들은 배경지식이 풍부하다. 첫째가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나에게 집에서 책을 많이 읽어주셨냐고 아는 것이 무척 많다는 말을 수시로 들었다. 지금 2학년인 첫째는 수업시간에 아는 내용을 손 들고 발표를 잘해서 늘 칭찬을 받는다고 한다. 선생님께서도 얼마 전 하이톡으로 배경지식이 상당히 풍부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둘째도 유치원에서 늘 아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놀이할 때도 다양하게 하니 친구들이 관심을 많이 보인다고 하셨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과학, 사회, 역사, 창작 등 여러 분야를 골고루 읽어주려고 노력했다. 지금 스스로 책을 읽는 시기에도 혼자서는 재미있는 책만 읽으려 하기에 밥 먹을 때는 아이들이 보지 않는 지식책이나 창작책을 읽어준다. 이러한 것들이 바탕이 되고 지식들이 교차해서 아이의 배경지식을 탄탄히 해주고 싶어서이다.
어휘력이 상당하고 언어표현이 좋다. 둘째 친구엄마가 초등교사이다. 내가 문자가 느린 첫째로 걱정을 하니 늘 해주는 말이 있다. 말을 저렇게 잘하는데 읽고 쓰는 게 느리면 어떠냐고 한다. 여태까지 교직생활하면서 저렇게 말 잘하는 남자아이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아는 것이 많아도 자기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는 많지 않단다. 자기가 가진 지식을 교차해서 자기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은 대단한 거라고 말해주었다. 상대적으로 첫째보다 말수가 적은 둘째도 자기 생각은 잘 표현한다.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책을 읽은 내용을 수시로 엄마, 아빠에게 말해주느라 바쁘다. 그래서인지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잘 표현하는 편이다. 책을 많이 읽으니 접한 어휘가 많아서 어떤 내용을 접해도 이해가 빠르다. 글쓰기를 할 때도 한 두 가지 표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잘 표현한다. 어떤 엄마는 아이가 글 쓰기를 할 때 같은 표현만 쓴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매번 쓰는 독서록에서도 느끼는 부분을 다양하게 표현할 줄 안다.
책이 습관이 되니 자기 조절이 가능하고, 주변에 더 재미있는 것이 있어도 책을 볼 줄 안다. 첫째 친구엄마가 예전에 한 말이 있다. 키즈카페 가서도 책을 보는 아이는 우리 아이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책이 습관이 되니 영상을 보아도 조절이 가능하고 약속한 시간이 지나면 끄고 책을 본다. 박물관을 가도 책 읽는 곳이 있으면 꺼내서 읽느라 바쁘고 독서하는 시간이 제일 좋다고 하는 아이들이다. 방과 후에 집에 오면 옷을 벗지도 못하고 오자마자 책 있는 곳으로 돌진한다. 요즘처럼 24시간 티브이에서 아이들 프로그램이 나오고, 태블릿이나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에 책이 최고의 휴식이 된 건 어렸을 때 내가 꾸준히 습관을 잡아주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배 엄마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너무 힘들고 지치고, 언제까지 이걸 해야 하나 싶을 때가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조금만 참고 책을 읽어주다 보면 정말 어느 순간 “평화”가 찾아온다.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가 책에 빠져 나는 집안일을 좀 더 여유롭게 할 수가 있다. 전쟁 같던 주말도 반나절은 책을 보느라 시간이 잘 간다. 유아 때 습관을 잡고 나면 그 뒤에는 아이가 알아서 책을 본다. 아이가 어릴 때 조금만 유난을 떨어보자. 책이 습관이 된 아이는 나중에 인생에서 어려운 일이 생겨도 지혜롭게 헤쳐나가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