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선생님과 상담 후 고민되었던 하루
며칠 전 아이가 학교 다녀와서 오늘 낱말퀴즈를 봤는데 자기는 빵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나는 국어를 못하니까.” 하는 것이다. 그 말이 내 마음에 딱 걸렸다. 읽기, 쓰기가 느려서 아직도 또래보다 수준이 낮은 편이고 늘 받아쓰기를 잘 보지 못하니 아이의 마음속에 자신은 국어를 못한다고 자리 잡은 것이다. 아이가 느려도 되고, 공부를 못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자존감이 낮은 것은 걱정이 되었다. 나 외에 내 아이를 많이 보시는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싶어 하이톡으로 상담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바로 전화가 오셨다.
먼저 읽기, 쓰기에 대한 부분은 아이가 느린 게 맞다고 하셨다. 1학기 상담에서 내가 느려도 괜찮다고 언급해서 선생님께서는 받아쓰기를 못해도 되는 걸로 생각하셔 특별히 말씀하시지 않으셨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받아쓰기는 상당히 중요하고 그걸 해내야 나중에 고학년 가서도 읽기, 쓰기가 어렵지 않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작년에 우연히 발달검사를 했을 때 우리 아이가 패턴과 도형이 약해 한글이 느렸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니 그럼 언어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비상한 뇌에 말을 너무 잘하는데 읽기, 쓰기가 안 되는 우리 아이가 그동안 가르친 학생 중 처음이라 선생님도 계속 지켜보겠다고 하셨다. 단순히 아이가 문자면에서 느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선생님께서 “치료”라는 단어를 쓰시니 그때부터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앞으로 받아쓰기는 힘들다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나에게 단호한 모습을 보이라고 하셨다. 아이가 엄마 말보다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니 3번씩 쓰는 것을 한 번 언급해 주시기를 부탁드렸다. 역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와서 스스로 하는 아이였다. 이걸 왜 몰랐을까.. 진작 도와주었어야 하는데 후회가 되었다.
자존감에 대한 부분도 여쭈어보니 내 아이는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알려주셨다. 지난번 1학년 때 일로 친구 멱살 잡은 것과 평소 화나면 친구를 깨무는 행동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생기는 행동들이라고 하셨다. 자신이 못 하는 것은 감추려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른 아이가 하지 못할 때 잔소리를 하는 것은 자존감 낮은 아이들의 특징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것도 심리치료나 상담을 통해 해결될 수 있으니 도움을 받아볼 것을 권유하셨다. 이렇게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우면 호르몬이 변화하는 사춘기에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그럼 그 감정으로 인해 아이의 재능이나 학습 발달을 놓칠 수 있다고... 또 다른 종류의 “치료”라는 단어를 들으니 나는 그야말로 심각해졌다. 나름 아이가 화나는 것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 같아 이야기도 많이 하고 관련 그림책도 읽어준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어려움이 있나 보다. <본질육아>에서 본 풍선요법이나 무지개요법등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주었었다. 그런데 그런 말씀을 들으니 육아는 정말 고민과 인내가 끝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정말 고민이 되었다. 주말 지내고 난 월요일, 피곤하니 아이가 지난번처럼 짜증을 내면서 일어났다. 눈물을 흘리며 문제집을 하려고 책상에 앉은 아이에게 지금 너의 감정이 좋지 않으니 방에 가서 시간을 갖고 나오라고 했다. 예전처럼 엄마가 화내며 말하지 않으니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기분 좋게 나오는 아이였다. 선생님의 조언 덕분에 나도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고 적절히 도와줄 수 있었다.
선생님과의 통화 후 언어치료를 하고 있는 사촌동생과 통화를 했다. 사촌동생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선생님께서 그냥 하신 말씀은 아닐 테니 검사하고 상담을 해 보라고 해주었다. 그래서 남편과 논의 후 작년에 받았던 기관에 종합발달검사를 예약했다. 일단 치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의 상태를 파악 후 우리의 방향을 정해야 할 것 같다. 상담을 받고 온 후 또 글로 기록을 남길 생각이다.
선생님과 상담 후 얼마나 심난하고 걱정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 상황을 알 리가 없는 피아노 마치고 온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신나게 노는 것이다. 그 모습이 어이없기도 하면서 행복한 모습에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 그날은 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워보겠다고 마음먹고 나름 확고한 교육관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아이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미안함과 걱정으로 고민했던 하루였다. 또,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 건지 막막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니 내 마음도 안정이 되고 있는 듯하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아이의 문제와 걱정을 문의드리니 그 해결방법을 조언해 주신 것뿐이다. 어쩌면 많은 부모들은 이런 부분을 놓치고 지나칠 수도 있다. 며칠 여러 생각을 하며 다시 내린 결론은.. 조금 문자가 느리면 어떠리, 행복하게 매일매일 잘 살아가면 그걸로 된 거다. 하지만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존감에 대한 부분은 꼭 살펴봐주어야 한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