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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Nov 13. 2024

엄마표영어 8년 차, 순간순간 느낀 생각

내 아이만 보니 부족한 것만 보였다

 지난주에 몇 년 전부터 인스타에서 알던 지인을 만났다. 근처에 살고 교육관이 비슷해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그 지인도 엄마표영어를 하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가 학교에서 장기자랑을 해서 영상을 보내는데 레고로 만들고 설명하는 것을 영어로 찍었다며 보여주었다. 아이의 어휘나 문장 표현이 상당히 수준이 높았다. 그래서 나에게도 보내달라고 하여 첫째에게 보여준 후 너도 블록으로 포켓몬 만드는 거 좋아하니까 이렇게 영어로 설명하는 거 찍어볼래? 하고 물어보니 포켓몬이라 그런지 선뜻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여러 개를 찍었는데 나는 아이의 표현이 너무 단순해 역시 느리구나 생각하며 다른 지인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오랫동안 학원 운영하는 언니가 이렇게 영어로 말하는 것 쉽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 다른 엄마도 이 정도면 상당히 잘하는 거라고 해 주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아이를 너무 부족하게만 보고 있었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 아이만 보자고 했지만 사실 그 안에서 나는 아이의 부족한 면만 보고 걱정하며 아이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느리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마의 착각일 수 있다. 

 매일 아이를 보는 엄마는 아이의 발전이 느껴지기 어렵다. 다이어트 중에 가족은 매일 보니 잘 알아차리지 못해도 오랜만에 만난 사람은 한눈에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또 매일 아이가 해야 할 것, 내가 챙겨야 할 것에 집중하다 보면 아이의 변화를 느끼기는 쉽지가 않다.  얼마 전 아이가 넷플릭스로 영어영상을 보는데 나에게는 이제 정말 소음에 불과하고 전혀 들리지 않는 내용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가 내용을 설명해 주어 놀라며 이제 너 영어가 다 들리는구나 말했더니 아이가 한 말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네. 엄마는 왜 나보다 영어를 오래 했는데 나보다 못 알아듣지.” 하는 거다. 사실 엄마표영어를 하면 결과가 드러나거나 테스트를 통해 수준을 파악하지 못하니 아이의 실력을 가늠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가 어려운 내용을 알아듣거나 반복되었던 내용을 따라 하면 그동안 많이 쌓였고 정말 아이의 머릿속에는 어마어마한 내용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읽기도 느리지만 작년에 파닉스교재를 하며 천천히 나아갔던 아이가 이제 3줄 정도의 리더스북은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또한 아이 나름대로 발전이 있었던 거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더 잘하는 아이만 보며 내 아이는 느리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었다.    

  

 내 아이의 부족한 면은 너무 크게 보인다. 공부습관을 잡는다고 파닉스교재 2페이지씩 첫째가 7세부터 시키고 있다. 둘째도 7세가 되면서 하고 있는데 이걸 하는 게 너무 힘이 든다.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접기를 하면서 5분이면 끝낼 수 있는 분량을 1시간도 넘게 잡고 있을 때가 많다. 또 전쟁할 생각에 어떨 때는 오후가 돌아오는 게 싫기도 하다. 엄마표영어에서도 그렇게 아이의 부족한 점, 힘든 점만 크게 와닿고 아이가 잘하고 있는 부분은 놓칠 때가 많다. 첫째가 요즘 청독으로 “press start"를 하고 있다. 옆에서 형이 하는 걸 듣던 둘째가 자기도 듣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첫째가 태권도 갔을 때 책을 보면서 음원을 들려주었다. 한참 지나고 보니 책을 펴서 혼자 더듬더듬 꽤 많은 양을 읽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 또 번득 생각이 든다. 아 둘째는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고 좋아하는 책은 반복하여 읽어달라 해서 외우고, 스스로 글자 깨우쳐 읽는 아이였지 하고 말이다. 그렇게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교재 하는 걸 싫어한다고 아이의 부족한 점만 크게 보고 늘 씨름을 하고 있었던 거다.    

  

 주변에 여러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필요하다. 내 아이만 보면 아이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어느 정도 실력인지 알 수가 없다. 또 내 아이만 보는 상태에서 SNS를 통해 잘하는 아이들만 보는 것도 상당히 위험하다. 그럼 계속 비교하게 되고 아이를 다그치게 될 수 있다. 기회가 되면 학원이나 기관을 통한 레벨테스트를 통해서 객관적인 지표를 얻을 수도 있고, 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다. 그럼 내가 주관적으로 내 아이를 바라보는 것만이 아닌 전문적인 정보를 얻게 된다. 예전에 유튜브 영상에서 들었던 내용이 기억나는데 그분은 봉사활동이라도 하면서 여러 아이를 만나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 내 아이의 장점을 보게 되고 더 사랑스러워진다고 말이다. 나도 아이로 인해 힘들거나 고민이 있으면 다른 엄마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조언을 얻으면 안심이 될 때가 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아이와의 거리를 두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아이만 바라보면 아이는 더 부담을 가질 것이고 나는 아이의 부족한 부분이 계속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만 바라보고 아이의 발전만 바라보라고 많이들 말한다. 나 또한 그렇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아이의 발전과 성장을 보기보다 아이의 부족한 부분, 힘든 부분이 더 부각되어 한없이 고민하고 아이와 씨름하게 된다. 우연히 본 잘하는 아이들에 의해 우리 아이는 왜 특별하지 못할까 착잡할 때도 있다. 그럼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질 수가 없다. 엄마의 기대를 낮추고 아이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오늘도 밝고 건강한 너의 모습을 감사하며 말이다. 엄마표영어를 위해서는 그러한 마음에 꾸준함을 가지는 것은 필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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