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고민의 연속인 아이 키우기
지난번 담임 선생님의 조언으로 첫째 종합발달검사를 하고 다른 날 가서 결과지와 함께 상담을 받았다. 상담 결과 아이는 학습적인 부분에서는 쓰기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고, 다른 부분은 오히려 발달이 우수하게 나왔다. 상담사분께서는 아이의 불안도가 상당히 높고 학습 수준과 정서 수준의 차가 크다고 하셨다. 그로 인해 지금 치료받을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아이가 커가며 다른 또래와 갭이 커질 수 있기에 사회성이 걱정되시고 정서조절과 관계기술 향상을 위해 미술치료를 권해주셨다.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후 며칠 고민이었다가 괜찮아질 무렵 상담센터를 다녀와서 또다시 불안하고 우울했던 며칠을 보낸 것 같다.
상담을 받고 버스를 타고 오는데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아이에게 어려움이 있는 것이 꼭 내 탓인 것만 같고 내가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 온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내가 무엇이 부족했던 건지,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막막해지면서 극도로 우울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언어치료를 하고 있는 사촌동생에게 검사결과를 보여주며 내가 정말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사촌동생은 검사 자체가 오래되어 보이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민 끝에 첫째를 봐준다고 했다. 그러더니 아무래도 조카를 봐주는 게 부담스러웠던지 좋은 놀이치료사분이라며 소개를 시켜주었다. 그 분과도 통화하니 나의 이야기만 들으시고 아이가 감정조절하는 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셨다. 그래서 또 심각하게 고민이 되었던 것 같다. 며칠 고민한 결과 치료는 받지 않기로 하고 대신 도서관에서 "미술치료"에 대한 책을 상호대차로 신청해 시간이 날 때 해주려고 생각 중이다.
첫째 친구들 엄마에게도 나의 고민에 대한 조언을 구했었다. 한 언니는 치료보다는 또래관계를 만들어 주라고 했다. 언니의 첫째가 또래관계를 맺어주지 못해서 지금도 외로워한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또 언니의 첫째 친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우울증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너무 심각하게 말해서 나는 두려움에 눈물이 나와버렸다. 여러 엄마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나는 피곤하다. 만나면 비교가 되고, 내 주관이 흔들리고, 내 아이가 혹시 다른 아이에게 피해는 끼치지 않을지 신경 쓰이기에 그냥 조용히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끈끈한 친구가 없는 우리 아이는 외로울 수 있었다 생각하니 이 또한 머리가 아프며 두렵기까지 했다. 상담 며칠 후 만난 친구 딸은 왕따를 당해서 힘들어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내가 더 마음이 불안했었다. 엄마가 나서서 친구관계까지 만들어 주는 걸 해야 하나 싶어서 말이다. 상담 후 친구와 첫째 친구엄마들을 만난 후 그야말로 며칠은 고민에 고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초등교사인 둘째 친구의 엄마의 말이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첫째가 나에게 외롭다고 한 적이 있는지, 친구 때문에 힘들다고 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아마 비슷한 경우가 많아도 모르고 지나가는 엄마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해 보니 아이는 학교를 너무 좋아하고 그런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나 혼자 주변의 말만 듣고 지레짐작으로 두려워하며 혼자 불안했던 것이다. 그 뒤로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해 보았다. 학습적인 면도 쓰기가 느리다고 하지만 아이만의 발달로 보았을 때 작년보다 상당히 향상된 것이었고 읽기도 작년에는 더 느렸지만 지금은 중상으로 꽤 높게 나왔었다. 학습이든, 정서든 아이만의 속도가 있고, 또 아직 배워가는 아이임을 잊은 채 주변의 한 마디에 너무 흔들렸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한참 고민의 날들을 지나고 한 발짝 물러나 다시 아이를 보니 행복해하는 모습만 보였다.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는 불안한 날도, 자기가 부족해 보이는 날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를 수 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그런 아이의 어려움을 바로 해결해 주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치료를 받는 걸로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검사와 상담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 나는 아이에게 잘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상대적으로 아이는 부담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내가 아이의 문제로 힘들 때 역시 기댈 수 있는 건 남편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래도 아이에게 친구와 끈끈함은 만들어주고 싶어 같이 놀고 싶은 친구를 물어보고 용기 내에 그 아이 엄마에게 연락해 약속을 잡았다. 이번 일로 다시 한번 마음속에 되뇐다.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아이를 있는 그래도 바라보자고, 내 아이를 믿자고, 아이가 어려워하면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모범이 되는 엄마가 되자고 말이다. 그렇게 조금씩 아이도 엄마도 함께 성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