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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dNoTe Mar 02. 2022

5년 만에 다시 찾은 제주올레

두 번째 올레길의 시작

코로나19로 답답한 일상을 보내던 2020년의 어느 날, 유작가는 5년 전 제주 올레길 완주 경험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리 끌리는 제안이 아니었지만 유례없는 세계적 팬데믹의 여파로 인한 실직(공교롭게도 둘 다 실직자가 되었다)과 통제된 일상의 답답함이 쌓이고 싸여 어느 순간 여행 계획을 짜고 있는 우리가 있었다. 물론 두 번째이니 만큼 완주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미 한차례의 완주 경험이 있었고, 다른 중요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길 위의 즐거움도 좋지만 삶의 영위가 더 중요한 법이다.


사실 간다는 말만 하고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은 채 보름이 좀 지나서야 부랴부랴 비행기 예약을 했다. 출발은 4월 17일. 유작가는 몇 가지 의류를 구매하면서 약간의 준비를 한편이지만 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 기존의 의류, 기본적인 여행 준비물만 당일 아침 준비했고 다소 허술하게 짐을 싼 편이었다. 하지만 5년 전과  달리 바뀐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카메라다. 5년 전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모든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었던 기억이 못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무겁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겠다고 다짐했다.


여행 당일 아침 요란한 빗소리에 창밖을 바라본다. 이미 기상예보를 통해 비가 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집에 우산이 변변한 게 없기도 하고 배낭도 무거운데 우산까지 챙겨야 하니 여러 가지 의미로 무거운 마음이 들었지만, 유작가와의 약속시간은 다가오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우산을 펴고 집 밖을 나선다.


약속 장소에서 유작가와 만난 후 공항으로 출발한다. 여행 준비에 대해 각자 무엇을 빼고 무엇을 챙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공항에 도착한 이후 발 빠르게 티켓을 발권받고 별다른 지체 없이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은 5년 전과 같이 여전히 짧았고, 우리는 어느덧 제주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첫날은 제주에 도착한 날인 만큼 시간적 여유와 기상상태, 몸의 컨디션을 고려해 별다른 일정을 정해두진 않았다. 공항에서 제주시로 이동해 호텔 체크인과 동문시장 구경이 일정이라면 일정이다. 숙소는 제주시 '호텔 리젠트 마린 더 블루'로 결정. 호텔에 짐을 풀고 가벼운 복장으로 환복 후 동문시장을 돌아다니며 5년 만의 제주시를 가볍게 느껴본다. 저녁식사는 본의 아니게 시장을 돌아다니며 주먹밥과 핫도그와 같은 길거리 음식들로 배를 채워버렸다.


시장 구경도 거의 끝나가고 슬슬 숙소로 돌아갈까 하던 참에 갑자기 유작가가 신고 있던 슬리퍼가 끊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여행기간 중 가볍게 신고 다닐 신발은 분명히 필요했기 때문에 새 슬리퍼 구입은 불가피했는데, 슬리퍼 구입을 위해 신발매장 곳곳을 돌아다녀야 했던 것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새 슬리퍼를 구입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호텔 근처 앙뚜아네트(앙투와네트)와 MARTRO(마트로)를 구경했고 마트로에서는 필요한 식수와 먹거리를 구입해 호텔로 복귀했다.


제주동문시장
전복 주먹밥을 먹었지만 포커스는 엉뚱한 곳으로...
눈으로 즐기는 화려한 불 맛?
호텔 리젠트마린 더 블루

호텔 주변으로 편의시설도 많고 탑동 광장도 호텔 앞에 위치했지만 비도 왔고(하루 종일 온 듯) 계획에 없던 슬리퍼 구입에 상당한 시간을 빼앗겨 더 이상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첫날의 부산함 때문인지 사진도 거의 찍지 못했고 꽤나 피곤해진 상태로 첫날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예전처럼 다시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을까? 실감이 안 나던 첫날이 이렇게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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