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동안의 달달한 대화를 내가 또 망쳐버렸다
아들이 5학년 말쯤부터 혼자 방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6학년이 되면서 그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코로나로 인해 줌 수업을 하다 보니 당연히 방에 컴퓨터가 생겼고 게임도 방에서 하고 공부도 방에서 했다. 예전에는 유튜브를 보려고 거실 티브이를 보기도 했으나 이제는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방에서 보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공부뿐 아니라 다른 모든 활동도 방에서 하니 밥을 먹을 때나 화장실을 갈 때 빼고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혼낼 때 "잠깐 방으로 들어가 있어!" 이것이 벌을 주는 한 방법이었는데 이제는 방에서 나오게 하는 게 하나의 벌이 된 듯싶다.
바쁜 엄마는 그래서 아들을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아들과의 대화 역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제 동생이 태권도를 늦게 가서 집에서 단둘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오랜만에 정말 단둘이 식탁 앞에 마주 앉았다. 항상 식탁에서 주로 말을 하는 사람은 동생이었다. 조잘조잘 떠드는 동생이 없으니 첫째는 그제야 주절주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친구들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요즘 학원에 다니는 이야기 또한 누가 누구랑 사귄다 뭐 이런 이야기까지 평소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줄줄 풀어놓는다. 아이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나도 웃는다. 참 오랜만에 아이가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 문득 떠올랐다.
첫째와 종종 둘만의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동안 어쩌면 첫째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언제나 눈치 없이 끼어드는 둘째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아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 적이 요즘 있었나 싶기도 하고 미안해졌다.
방 안에서 뭘 하는 거냐며 윽박지르고 잔소리하며 좀처럼 나오질 않는 아이에게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말을 듣는 내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항상 꼰대처럼 조언하고 잔소리를 덧붙였을 것이다. 아이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무는 편이 더 나을 거라고 판단했을리라.
아까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듣다가 여자 친구 사귀는 이야기에서 역시 엄마인 나는 지레 아이에게 여자 친구 사귀는 문제에 대해 또 이래라저래라 조언을 해댔다... 아이의 눈빛이 실망으로 변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잘못했음을 깨달았다. 아... 끝까지 그냥 들어주기만 할걸... 내가 또 실수를 했구나.... 미안하다 아들아....
천금 같은 시간을 날려버린 것 같아 가슴이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