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강아지가 임신을 했다고?
우리 집 강아지 복실이.
지금 사는 주택에 이사 온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이웃집에서 두어 달 정도 된 새끼강아지를
데려가서 키우라고 주신 시고르자브종이다.
우리와 함께 한지는 벌써 1년하고도 반이 되었다.
정확히는 박복실.
우리 집에 박 씨 성을 가진 사람은 없는데
(우리 가족은 모두 김 씨, 이 씨)
우리 첫째가 복실이라는 이름을 짓고
복실이라는 이름에는 왠지 '박'이 어울린다며
박복실이라고 지어주었다.
그런데 우리 집 강아지 박복실이가 새끼를 가지게 된걸 불과 보름 전쯤에서야 알게 되었다.
맙소사...
밥을 줄 때도 간식을 줄 때도
얼마 전 산책을 시킬 때도
눈치를 못 챈 나는
남편이 복실이배가 새끼 밴 것처럼 불러있다고
얘기를 해줄 때에야 알아챘다.
그 순간 한 달 전부터
하얀 개와 검은털이 조금 섞인 갈색개가
우리 집 마당에 들락날락하던 것이 떠올랐다.
배고파서 우리 복실이 밥 먹으러 온
동네 떠돌이개인줄로만 생각했지,
집에 주인이 없다고
그것들이...
이 사단을 만들어낼 줄이야...!!!
침입자가 나타나면 쫓아낼 거라 생각했는데
복실이한테도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럴 수가 있냐며
너 어떻게 키우려고 그러냐며
미혼견이라니
복실아 너 왜그래써어어어으어어어
아무리 다그쳐봐도 다 소용없는 짓.
하..
내 집 개만 어디 나가지 못하도록
관리감독하면 될 줄 알았는데
다른 개들이 이렇게 침입해서 일이 생길 거라
예상하지 못한 나의 초유의 안일함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결국 수습은 나의 몫.
강아지의 임신기간을 검색해 보니
보통 60일-65일이라고 한다.
불러온 배 상태를 보니 이건 오늘내일하는 것 같다.
그동안은 긴 목줄을 하고 지냈는데
새끼를 밴 어미개가 목줄을 하고 있는 것도,
목줄을 하고서 새끼를 낳을 일도,
영 마음이 쓰여
우선 개울타리를 주문했다.
푹 했던 날씨도 급작스레 기온이 떨어지고 있었다.
하필 이 엄동설한에 새끼를 낳게 된 것이냐
복실아 왜,!
내가 못 산다 못살아.
그렇게 찬바람을 막아주고
목줄을 풀어놓을 수 있는 새 집을
해주고 며칠이 흘렀다.
개는 보통 사람이 없는 밤이나 새벽시간에
새끼를 낳는다고 하기에
아침마다 개집을 확인하며 복실이를 살폈다.
많은 추위가 예상된다며
하루종일 안전문자가 오던 어느 날 아침.
어김없이 복실이가 괜찮은지
뜨끈한 국물을 가지고 살피러 나갔다.
밤새 추웠을 복실이를 위해
좋아하는 북어미역국을 끓여서 줬는데
평소 같았으면 밥그릇에 부어주기가 무섭게
달려들어서 먹던 복실이가 집에서 나오지도 않고
저러고 쳐다만 보고 앉아있다.
표정은 또 어찌나 불편해 보이는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집에 들어가 남편에게
"여보 복실이가 이상해. 밥을 안 먹어."라고 했더니
별안간,
"나 복실이가 새끼 낳는 꿈 꿨어! 새끼 색깔이 갈색이야. 바둑이도 보였어!"라며 꿈이야기를 하는 남편.
응 그냥 그건 개꿈이야~
오늘 눈비 온다는데 빨리 지붕이나 해결해!
나는 아기 복실이때가 생각이 나서
복슬복슬 하얀 새끼강아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터라 신랑의 꿈이야기는 그냥 흘려들었다.
또 갈색개보다 하얀색개가 더 많이
복실이랑 있는 게 내 눈에 띄었기에
하얀색개가 아빠개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붕을 만들어줄 자재가 철물점에 없다고 하여
일단은 지난번에 바람막아준다고 쓰고 남은 비닐을
이용해 지붕을 만들어주었다.
비닐로 지붕을 해주었더니
어둡지도 않고 울타리안도 훨씬 훈훈해져서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쭉 영하의 날씨와
눈 비 소식이 있다 보니 이대로 새끼를
낳게 해도 되는 걸까,
추워서 얼어 죽는 거 아닐까,
너무 많은 걱정들이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순리대로 가자>
라고 생각하며 복실이를 믿기로 했다.
인터넷에 강아지출산에 대해서
많이 검색도 해보았지만
새끼출산에 관해서는 어미개가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우리 복실이를 아직도 너무 애기라고만 생각해서
새끼를 과연 잘 낳고 지킬 수 있을까 염려하고 있는
내 걱정을 지우고 어미의 본능을 믿고
최대한 덜 추울 수 있게 해 주고
따뜻한 밥과 따뜻한 물을 수시로 제공했다.
남편과 함께 가게에 나와있는 그날 저녁.
수분간격으로 안내문자가 계속 울려왔다.
거센 바람과 눈발이 앞이 안보일정도로
내리기 시작했다.
비닐로 지붕을 덮어둔 복실이집이
너무 걱정도 되고 저녁밥도 챙겨주고 올 겸
나 혼자 잠시 집에 들렀다.
끼잉-끼잉-낑-
이게 무슨 소리지?
복실이 집 앞에 선 나는
낯설고 이상한 소리에 몸이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