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myam Aug 17. 2022

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어.

퇴사하고 아이 곁에 머물면서 가장 좋은 점에 대하여

어느 날 문득 하원하는 아이의 셔틀을 기다리며 내가 매일 아이를 맞이해줄 수 있는 이 일상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눈빛에 다 담겨있는 아이. 신나고 재미있었던 날은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속상했던 날은 다친 마음을 공감해주고 토닥토닥 얼러만져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범할 수 있는 이 일상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기에 누군가는 평범하다 할지라도 나에겐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하원 후 아이와 손잡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서로의 하루가 어땠는지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는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늘 아이에게 미안하고 불안한 마음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특히 회사 업무 시간에 걸려오는 할머니의 전화는 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엄마가 보고 싶다거나 무언가 갖고 싶은 것이 생겨 사달라는 전화일 경우에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통화를 이어갔지만 대 부분 회사 업무 시간에 전화가 온다는 것은 분명 무슨 일이 생겼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가 가장 멘붕이 오던 순간이었다. 회사 업무도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 급하게 정리를 하며 양해를 구하고 남편과 어떻게 할지 조율을 하며(이 과정에서 다툼까지 생기는 경우는 정말 최악이다) 불안한 마음은 계속 커져가곤 했다. 가볍게 동네 소아과 진료로 해결이 될 수 있는 경우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마냥 휴가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아픈 아이를 혼자 두고 회사로 향하거나 도저히 회사 업무가 조율이 안되어 바로 가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마음이 더 괴롭고 힘들었다. 눈물을 꾹꾹 삼키며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치던 과거 내 모습을 떠올리니 또 눈물이 핑... 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 파이팅!!!)


한 번은 아이가 입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열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염증 수치와 백혈구 수치가 너무 높은데 검사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답답한 상황 속에서 온갖 불길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들어오니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 와중에 남편과 나는 회사 프로젝트가 가장 바쁠 시기였기에 가지 말라며 우는 아이를 뒤로 하고 무슨 정신으로 병원-회사-집을 오가며  생활했었는지 잘 모르겠다. 다행히 입원 며칠 후 열도 잡히고 수치들로 정상으로 돌아와 퇴원을 하긴 했지만 이때 "내가 지금 아픈 아이 곁에 머물러 줄 수도 없는 이 상황이 정상적인 삶인가?"라는 생각이 들며 퇴사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 키우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하나의 에피소드지만 어쨌든 퇴사하고 아이 곁에 머물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아플 때를 비롯하여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순간 늘 곁에 있어줄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엄마 언제 와?" '엄마 언제 가?"를 물으며 늘 엄마가 자신과 얼마나 함께 있어줄 수 있는지를 체크하던 아이에게 이제는 엄마가 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물론 이런 삶 속에서도 또 다른 힘든 순간들이 많지만 아이와 함께 울고 웃으며 모든 순간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 시기가 먼 훗날 내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하게 되지 않을까? 후회 없도록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이 행복을 진하게 느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무슨 직업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