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또래 공감학교 9회기
어린 시절을 지나온 지가 한참 되어서
그때의 기분과 느낌이 가물가물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저러한 정황을 살펴보면 어린이로 지내며 느끼는 정서가 어떠할지 예상은 해 볼 수가 있습니다.
너무나도 뻔한 것 중에 하나가 어린이는 몸의 힘도 약하고 생각하는 힘도 완성되지 않는 약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종종 무시됩니다.
왜냐면 어른들은 더 이상 약하지 않으니까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라 그런가 봅니다.
몸의 힘과 지적 능력이 정점에 달한 어른들은 아이들이 약하다는 사실을 자주 까먹습니다.
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들의 점점 쇠퇴해져 가는 몸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약함을 공감하고 알아봐 주는 능력은 아무래도 조부모님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몸의 힘도, 생각하는 힘도 약한 어린이들이 자주 겪는 어려움은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것입니다.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엉뚱한 결과가 나왔을 때 어른들에게 일단 혼나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울하죠. 사태 파악을 정확히 하기도 어렵고 자신의 잘못을 방어하는 것에도 미숙합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판단과 결정을 어른에게 의지해야 하는 때가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게 억울한 상황이 자주 쌓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억울한 사람의 자리에 갇히게 됩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 어떤 협상과 지연 전략을 써서 피해를 줄여야 할지 고민하는 것을 게을리하게 됩니다. 이것이 고착화되면 나중에는 '피해자의 자리'에 앉아서 도움을 요청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삶의 자세를 갖게 됩니다.
미숙하지만 스스로 자기 삶을 결정하고 소소한 선택을 직접 해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래 공감학교에서는 그래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연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저마다의 입장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그 공간을 열어주려 노력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힘과 지혜를 최대치로 사용해 보고 그 결과를 함께 공유해 봅니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동안 아이들은 무력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피해자의 위치에서 서서히 빠져나와 건강한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해 갑니다.
9회기까지 잘 달려온 아이들과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신 학부모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