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흥분하지 말 것 (2)
#뇌 안을 들여다본 신경심리학 - 편도체와 전두엽
현대의 신경심리학은 구체적인 실험과 첨단 장비로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당 부분 밝혀냈다. 사람의 감정을 관장하는 부분은 편도체이다. 편도체는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있으며 아몬드 크기만 한 비교적 작은 부분이다. 들어오는 정보를 가공해 생각과 판단을 하고 복잡한 계획을 세우는 곳이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우리 이마에 해당하는 부위에 넓게 위치하고 있다. 얼핏 보기인 콩알만 한 편도체가 그보다 훨씬 넓고 부피도 큰 전두엽에 비하면 별 것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 작은 편도체가 전두엽을 포함한 뇌 전체를 다 집어삼키기도 한다. 가히 가공할 만한 파워를 가진 것이 편도체이다.
평소에는 편도체와 전두엽이 긴밀하게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감정을 처리한다. 그런데 흥분을 할 경우 전두엽이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과하게 활성화된 편도체는 전두엽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Van der Kolk, 2014). 강한 스트레스 아래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가 되는 것은 이런 원리이다. 따라서 어떤 급박한 상황에서도 편도체와 전두엽의 조화로운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따라서 복싱 스파링을 잘하려면 편도체가 과하게 기능하지 못하도록 조절해야 한다. 아무리 보호장구를 다 갖추고 충격이 덜 가는 두툼한 16온스 글러브를 끼었지만 링에서 나 홀로 상대를 마주한 상황에서 마음이 평화로울 수는 없다. 긴장과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고, 한 대 맞았을 때 화가 치미는 것도 조절해야 한다. 크게 맞더라도 아무 일 아닌 것처럼 침착하게 넘겨야 한다. 그래야 가볍게 빠르게 움직이며 내 공격과 수비를 이어나갈 수 있다. 복싱뿐 아니라 모든 격투기와 스포츠는 감정 조절을 배우는 것에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 하는 인성교육 혹은 상담보다 체육시간을 더 늘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학교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이라고 하면 조용히 앉아서 대화하는 것을 상상하겠으나, 아이들 상담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내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몸을 움직이며 신나게 노는 것이다. 실제로 산만해하며 감정 조절이 어려운 아이들을 상담해야 할 때는 일단 숨이 차서 헉헉거릴 때까지 뛰면서 몸을 움직이며 함께 논다. 몸을 움직이며 놀면서 감정 조절도 배우고 상대와 친밀감도 쌓인다. 대부분의 심리치료가 미술이나 모래놀이와 같이 정적인 활동을 치료 매개로 쓰고 있는 것은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다. 쉬는 시간 10여분, 점심시간 1시간을 쪼개어 운동장에 나가 공을 차는 아이들은 그래서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몸을 건강히 하며 감정 조절 능력을 갖추려는 필사의 노력인 것이다. 제발 아이들에게 체육시간, 자유놀이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