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나트랑으로 떠나려고 했으나끝내 가지 못했다. 몇 년 간 멈춰있던 개인적인 일이 갑자기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7월 초에 나트랑에 다녀온 후배는 그곳이호캉스로 제격인 여행지라고 했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호텔에서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다는 말에 여행지 확정. 다만 지금 가면 한국인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여행의 민족이다. 좋은 곳이면 어디든 한국인들이 많다. 암튼 느지막이 일어나 책 보고 글을 쓰다가 해변을 걷고 들어와서 자다가 내려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올라와서 다시 책 보고 오면 정말 좋겠네.
가을쯤 가도 되지 않을까. 해서 검색해 보니 9-12월이 우기란다. 하지만 나트랑은 365일 중 300일 정도 날씨가 좋기 때문에 우기에도 날씨가 좋은 편이라고 한다. 가을쯤 가도 되지 않을까? 비행기를 오르고 내려서까지 한국말을 듣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12월이나 1월도 괜찮아 보인다. 생각해 보니 가을엔 친구와 대마도에 가기로 했다.
지난주 부서 점심을 먹다가 피서 계획 얘기가 나왔다. 나는 매주 휴가를 쓰며 주4일제 베타 테스트를 하겠다고 했다.
* 안방-거실-서재-주방-서재-거실-주방-서재-안방
인류는나약함을 인정하고 주 4일제를 시행해야 한다.공식 지정일은 수요일을 염원한다.
* 어제 쉼-내일 쉼-쉼-어제 쉼-내일 쉼-쉼-쉼
오...역사는 이런 선구자와 함께 해왔다...
이번주 피서지는 서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기상청에서 8월 초까지 장마라길래 주말에 읽으려고『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빌려왔다. 날씨는 쨍쨍이지만 뭐 나쁘지 않다. 주인공 쓰쿠루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기 위해그리고 자신을 바로 보기 위해 핀란드로 떠난다. 나에게 핀란드는 휘바휘바와 유튜버 침착맨의 동생유튜버 통닭천사(이하 통천)다. 통천은 사회와 사람에게 환멸을 느끼고 핀란드로 떠난 적이 있다. 왜냐하면 핀란드는 한국인이 유독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해 완.
여행을 계획할 때면 예전 여행지들이 생각난다.몇 년 전에 보라카이 환경오염이 심하다는 뉴스를 봤는데 화이트비치의 바다는 푸른빛을 되찾았을까. 입자 고운 모래를 일부러 맨발로 걸었던 감촉이 여전한데 말이다. 방콕 호텔에서 여유롭게 『하얼빈』과 마신 모닝커피는 마하나콘 야경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다. 같은 시간에 공간만 바뀌었을 뿐인데 일상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런 걸 보면, 우리는 삶을 사실 자체보단 감정으로 기억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감정이 고이 남을수록 기억은 추억이 된다. 내가 없는 그곳은 지금도 변함없겠지.
여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있든 없든 이곳은 이곳이다. 나는 좌표 어느 한 지점에 있는 점이며,여기 있든 거기 있든 이순간마다감정을 느끼고훗날 감정으로 이순간을 기억할 뿐이다. 하지만 간혹 본인이 좌표 중심인 듯 사는 사람들이 있다.그들에게 좌표 중심인 본인을 제외한 모든 타인은 점에 불과하다. 저런 증상이 극에 달한 사람들은 본인이 신이라고 착각하거나, 신이 되려는 자들이다. 저런 극단치들은 극단치기 때문에 많지는 않다. 하지만 본인만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은꽤있다.놀랍다. 그런 사람들이 통천을 핀란드로 떠나게 만들었겠지. 우리 모두는 점이고각자 다른 좌표 위에 있지만,종착점은같다.
자신만의 기준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리고 어떤이들은 자신만의 기준을 세운다는 것과,본인을 (0,0)에 두고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착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고개에 맞춰 좌표평면을 이리저리 돌리는 유아론적 행태를 보인다. 그러나 평면을 고정시키고 조망하면서 지금 자신이 어디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 의미 있는 기준을 세울 수 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디에 있을까.나트랑에서 발행할 글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