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경 Nov 17. 2024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나의 아저씨 > 재주행

눈앞에 이익 때문에 굳이 구려지는 사람과, 구려질 바엔 기꺼이 손해를 택하는 사람. 드라마 < 나의 아저씨>의 주인공 박동훈은 후자다.


작품은 고정되어 있지만, 수용자의 상황이 작품을 재구성한다. 예전에는 박동훈의 멋짐, 주인공 삼 형제간 우애와 술자리의 낭만, 벗어 놓은 어젤 다시 입는다며 위로를 건네는 ost 위주로 드라마를 보았다. 이번에는 박동훈 와이프 불륜에 대한 분노가 주된 감정을 이룬다. 직장 내 정치질과 임원들의 간교함이 눈에 들어온다. 남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박동훈을 보다 보면 결혼이 개인에게 주는 보편적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결혼보다 커 보이는, 육아와 양육에 대한 부모의 책임을 상상한다. 삶을 대하는 태도마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10화다. 


<나의 아저씨>를 재주행하면서 사람은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관심에 따라 상황을 인식한다는 사실도 체감 중이다. 개인은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주관적으로 재해석한다. 다 자신만의 창으로 세상을 본다. 이에 더해 소설가는 세상을 재해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다. 자신의 세계를 세상에 선보이면서 야구를 가져다 쓰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김홍은 야구를 좋아한다. 밀란 쿤데라는 소설 쓰기에 굳이 다성적인 구성 방식을 취한다. 그의 소설은 각 장마다 분명한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하나로 통합되며, 단선적이지 않다. 그는 스물다섯까지 문학보다 음악에 관심이 많아 소설가가 된다는 생각을 못했.


처음 드라마를 보았을 때 왜 주인공 직업을 구조기술사로 설정했는지 의문이었다.


 “구조기술사는 그 디자인대로 건물이 나오려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야 안전한가 계산하고 또 계산하 사람이고. 말 그대로 구조를 짜는 사람.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 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 나의 아저씨 8화 중 박동훈 대사 -


구조기술사에게 내력이 중요하듯, 내력은 드라마의 키워드다. 박동훈의 내력은 가족과 후계동 사람들이고, 지안에게도 동훈을 포함한 후계동 사람들이 내력이 된다.


술을 끊자, 사촌동생은 내게 "술 좋아하는 박동훈인 줄 알았던 형이 알고 보니 스님이 된 박동훈의 친구일 줄이야."라고 했다. 취미를 물어서 책 보고 커피 마신다고 하니 예전 과장님은 내게 청교도적 삶을 산다고 했다.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인생은 건물 구조 짜기와는 달라서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질 수가 없는데. 얼마나 센 내력이 필요한 걸까. 괜찮다. 상황에 대한 관점은 변하기 때문에 인식하고 해석해서 의미 부여하기 나름이다.


박동훈은 아무도 모르면 아무일도 아니라고 말한다. 아무도 모르면 의미를 부여할 사람은 자신뿐이니까. 그리고 내력은 의미를 부여받으며 자란다. 잘 자라서 예측할 수 없는 외력 앞에 구려지지 않길 바다. 



* https://youtu.be/iqe220lkJzc?si=129uhetQKiqUGRIB





작가의 이전글 예술이 밥 먹여주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