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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9. 2023
더 이상 실패는 없다. 집에서 스테이크 굽기.
스테이크는 블랙핑크지.
겉은 까맣지만 중앙을 썰어보면 핑크색 육빛이 살아있다. 자태만으로 맛이 보이는 겉바속촉 블랙핑크 스테이크.
스테이크는 블랙핑크인 이유
고기 겉면을 충분히 구우면 마이야르(당과 단백질 간 화학반응)를 일으켜 감칠맛을 극대화할 수 있고, 고기 안 쪽을 핑크빛으로 남겨두면 육질, 육향을 포함한 부위별 개성을 맛볼 수 있다.
블랙핑크 스테이크 굽기에 실패하는 이유
겉은 다 구웠는데 안이 너무 익어버렸다거나, 안이 충분히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면에 마이야르가 일어날 때까지 열심히 굽고 썰어보니 고기 안쪽이 회색빛(오버쿡)이라든가. 이미 표면에 마이야르가 일어나서 굽기를 멈추고 고기를 썰어보니 안 쪽은 아직 생고기(언더쿡) 상태인 것이다.
즉 겉이 마이야르를 이룸과 동시에 안도 적당히 익어야 한다.
레어와 생고기는 엄연히 다르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아미요 Amiyo의 [레어의 진실] 레어스테이크는 생고기가 아닙니다 블랙핑크 스테이크 굽는 방법
1. 준비
두께 2cm이상의 질 좋은 소고기. 만으로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고기가 어느 정도는 두꺼워야, 겉을 태우듯 구워도 안은 핑크빛으로 남길 수 있다. 따라서 단골 정육점을 만드는 것이 좋다. 먹고 싶은 부위의 소고기를 원하는 두께로 썰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름진 풍미가 당긴다면 새우살이 포함된 등심, 부드러운 육질과 담백한 맛을 좋아하면 안심, 진한 육향을 맛보고 싶으면 살치살, 지방과 담백함의 균형을 원하면 채끝살을 추천한다. 나는 샤토브리앙(안심의 중앙)2.5~3cm를 주로 사 온다.
냉장 상태의 고기를 굽기 30분 전부터 상온에 꺼내두고 100g당 한 꼬집씩 맛소금을 뿌려둔다. 15분이 지나면 뒤집어서 반대편에도 소금을 뿌려 밑간을 마저 해준다.
30분 동안 가니쉬용 재료를 손질하여 시간을 절약한다.
굽기 직전 키친 타올로 고기 표면의 수분을 제거한다. 표면에 수분이 없어야 마이야르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2. 굽기(시어링)
무쇠팬 표면을 덮을 정도로 식용유를 넣고 팬을 강불로 가열한다. 팬 위로 아지랑이 같은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고기를 얹는다. 치이익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고기를 굽는다. 20초마다 고기를 뒤집어준다. 자주 뒤집어야 양쪽 표면에 균일하게 마이야르를 일으키면서 안쪽까지 잘 익힐 수 있다. 나는 스테이크 두께 1cm당 1.5분 굽는다. 한우 등심처럼 지방이 많은 부위는 마지막에 30초 더 구워 지방을 충분히 녹여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무쇠팬을 추천하는 이유는 열보존율이 뛰어나 표면에 마이야르를 일으키면서도 두꺼운 고기 심부까지 열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버터 기름 끼얹기(아로제)
불을 끄고 검지 두 마디 정도 버터를 팬에 올린다. 잔열로 버터가 녹아 거품이 나면 마늘 세알 정도 으깨어 함께 넣어준다. 이제 팬 위에 고기를 다시 얹고 30초에서 1분 정도 버터 거품을 고기 위에 끼얹는다. 마늘과 버터향을 입히면서 고기 안쪽까지 익히는 것이다. 마늘 대신 타임, 허브 등을 넣어 선호하는 향을 입혀줘도 된다.
4. 휴지기(레스팅)
이제 고기를 꺼내 도마 위에 올려주고 고기 위에 아로제에 사용한 으깬 마늘도 함께 올려둔다. 레스팅은 단순히 고기를 식히는 것이 아닌 안 쪽까지 고기를 익히는 과정이다. 레스팅 하는 동안 고기 심부에 탐침형 온도계를 꽂아보면 온도가 계속 상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5cm 두께 스테이크는 레스팅 하는 동안에 온도가 10도 남짓 상승한다. 두꺼울수록 레스팅 하는 동안 온도가 더 많이 상승한다. 레스팅 목적은 심부까지 열을 전달하는 것이므로, 레스팅은 심부온도가 더 이상 상승하지 않을 때까지만 하면 된다.
나는 보통 아로제로 심부 온도를 43도까지 올리고, 레스팅을 57도에 마치는 것을 목표로 스테이크를 굽는다. 탐침형 온도계를 사용하면 스테이크를 정확하고 쉽게 구울 수 있다.
굽기 정도로 취향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스테이크의 묘미지5. 가니쉬 만들기
레스팅 중에 가니쉬를 준비한다. 버섯을 쓸 경우 레스팅 중에 팬을 다시 중불로 가열하고 고깃기름 + 마늘 + 버터기름에 선호하는 버섯을 넣어 굽는다. 소금 한 꼬집으로 밑간을 하고 다진 마늘도 반 큰 술 넣어주면 맛이 더 좋다.
꽈리고추를 쓸 경우 소금 간과 다진 마늘을 넣지 말고 숨이 죽기 전까지만 굽는 것을 추천한다.
6. 먹기
좋은 고기로 잘 구운 스테이크는 거창한 소스가 필요 없다. 나는 트러플 소금과 육류용 와사비에 찍어 먹는다.
샤토브리앙 미디움 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