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잘 지내시나요? 삼촌이 집을 떠난 지 벌써 5년이나 된 거 같네요. 가끔 얼굴이라도 보러 와주시면 좋겠어요. 아마 지금 있는 그곳이 그만큼 좋은 곳이겠지요? 나중에 만나게 되면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으면 해요. 저도 나름 괜찮은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최근에 수능도 끝났고요. 점수는... 뭐 그럭저럭이고요. 아마 삼촌이 다니시던 대학에 가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부모님은 반대하시지만요. 말로는 그 점수면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아마 삼촌과 같은 대학에 가는 걸 꺼려 하시는 거 같아요. 여기서는 다들 삼촌을 욕해요. 삼촌이 너무 나약하다고, 겁이 많다고, 너무 작다고. 신기하죠. 제 기억 속 삼촌은 정말 거대한 사람인데, 어른들한테는 작고 사소한 존재처럼 느껴지나 봐요.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 걸까요? 그래서 저는 가만히 앉아 어른들이 삼촌을 욕하는 걸 듣고만 있어요. 제가 아직 모르는 게 많을 수도 있으니까, 섣불리 삼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았거든요. 그래도 한번은 제가 정말 잘 알고 있는, 삼촌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 중 일부가 오염되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작은 아빠가 삼촌에 대해 ‘정확한’ 오해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그건 아니라고, 잘 못 아시는 거라고. 그러자 작은 아빠가 제게 휴지각을 던지셨어요. 아주 빨개진 얼굴을 하며, 숨을 씩씩 거리며,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하셨죠. 분명 제가 무슨 잘못을 한 거겠지요. 그래서 조용히 방에 들어가 수학 문제집을 풀었어요. 그렇다고 화가 나거나 억울하지는 않았어요. 저도 우리 집 햄스터가 저를 물면 그랬을 테니까요. 분명 빨간 얼굴로 씩씩거리곤 했겠죠. 아마 작은 아빠는 저를 햄스터처럼 작은 존재로 여겼을 테니까요. 그러니 나중에 삼촌이 와서 오해를 풀어주세요. 삼촌의 오염된 사실을 청소해 주세요. 그래봤자 햄스터와 고양이 정도겠지만요. 그래도 물지 않으면 아픈 줄도 모르는 법이니까요.
삼촌에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 같은 반의 친구가 떠오르네요. 그 아이는 공부를 잘했어요. 공부도 잘하는 데 성격도 좋아서 학기 초부터 친구들에게 둘러싸이곤 했죠. 그런데 점점 그 친구는 말을 잃었어요. 계속 학교를 나오는 걸로 봐서 어디가 아파서 그런 건 아니었겠죠. 그냥,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인사를 하면 받아주고, 질문을 하면 알려주고, 말을 걸면 잠깐 웃어 보였지만요. 그러다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어요. 너무 익숙해서 잠깐 눈물이 날 뻔도 했지요. 그 아이는 분명 삼촌과 같은 눈을 하고 있었어요. 삼촌, 제가 듣기론 삼촌도 공부를 잘했다고 알고 있어요. 그 아이도 정말 공부를 잘하고요. 저는 그 눈이 공부를 잘하는 사람의 눈인가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런 건 아닌 거 같았어요. 그걸 알게 된 건 수능 다음날이었어요. 모든 아이들이 교실에 모여 안도의 표정을 하고 있었죠. 대체로 수능이 쉬웠다나 봐요. 하지만 한 명, 그 아이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책상에 엎드려 있었죠. 선생님이 들어와 친구들을 자리에 앉히고선 수능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선생님은 이번 수능이 쉬웠다니 꿀 빨아서 좋겠다 너네는,이라고 말씀하셨죠. 다들 웃음을 터트렸고, 그 아이는 짧은 괴성을 터트렸어요. 그러고선 책상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약하고 길게, 하지만 그 속도는 점차 빨라지더니 빠르고 짧은 박자로 바뀌었어요. 모두가 그 아이를 바라봤죠. 물론 선생님도요. 그러다 툭. 빨갛고 진한 액체가 교실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툭. 툭. 투두둑. 그제야 선생님은 주위 아이들에게 말리라고 하셨죠. 그 아이의 앞자리였던 저는 바로 일어나서 그 아이의 머리를 받쳤어요. 뒷자리 친구는 뒤에서 양팔을 잡았고요. 그제야 그 아이의 몸부림이 멈췄어요. 그리고 삼촌과 같은 눈에서 눈물을 흘렸죠. 정말 눈물이 폭포가 흐르듯이 쏟아졌어요. 저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그 아이의 눈을 닦아주었죠. 그러자 더 많은 눈물이 쏟아졌지만요. 분명 제가 무언가 잘못한 거겠죠. 아마 제가 그 아이의 피가 묻은 손으로 눈을 닦아주어서 기괴한 얼굴이 되었기 때문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