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6)

by 고캣

나는 오랜만에 도끼를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방치해 두었더니 습기 때문인지 도끼날 부분이 녹으로 뒤덮여 있었다. 재련을 하면 좋겠지만 항상 회사에서 새것을 제공받았기에 하는 법을 몰랐다. 나는 녹슨 도끼를 든 채로 벽 앞에 섰다. 넓지 않은 공간이라 도끼질하는 것이 쉬워 보이 지는 않았다. 아저씨들한테 배운 대로 허리를 이용하여 도끼로 벽을 때렸다. 벽에서 두께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도끼는 꽤 깊게 박혔다.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돌아다니면서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나는 힘겹게 도끼를 빼내고선 다시 한번 그 자리에 똑같이 도끼를 박았다. 도끼는 아까 전보다 깊게 들어갔다.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머릿속을 채웠다. 다시 도끼를 빼내려고 힘을 주었다. 그때 도끼는 뚝하고 부러져버렸다. 도끼날은 그대로 나무에 박혀있고 나는 도끼 손잡이만을 쥐고 있었다.


머릿속 확신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절망이 채웠다. 겨우 찾은 희망은 나를 비웃으며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 얄미운 희망을 보니 짜증이 났다. 너무 짜증이 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나무에 박힌 도끼날을 빼서 맨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나무 벽을 때렸다. 진동과 통증이 그대로 전해졌다. 하지만 내 손이 아픈 만큼 나무도 조금씩 파이기 시작했다. 손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손이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이것을 부셔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미친 듯이 벽을 때려댔다. 그러자 어둠이 보였다. 안쪽에서 나오는 빛과는 반대로 어둠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어둠이 너무 반가웠다. 나는 그렇게 계속 그 구멍에 서 더 많은 어둠이 보이도록 구멍을 계속 넓혀갔다. 나는 고양이가 작은 구멍에 들어가듯 몸을 꾸겨 넣었다.


밖은 어두웠다. 하지만 곧 해가 뜰 거 같았다. 피투성이가 되어 빨개진 내 손은 녹슨 도끼날을 쥔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는 도끼날은 놓고선 도망치듯이 그곳에서 벗어났다. 어서 사람들에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정신없이 숙소로 돌아왔더니 아저씨들이 깨어서 나를 봤다. 다들 내 상처를 보고선 놀라며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나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울어댔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아저씨들은 내가 사라졌는지 몰랐다고 했다. 나는 밤에 잠깐 숲 속으로 들어갔고 그날 아침에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돌아왔다는 말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저씨들이 나를 속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그동안 꿈을 꾸었나 싶었지만 내 손은 여전히 상처로 가득했다. 내 말을 듣고 아저씨 중 한 명이 내가 말한 곳에 갔었다. 아저씨의 말로는 넓은 들판은 있었지만 내가 말한 거대한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 후 나는 숲을 나와 병원에서 치료받은 후에 다시 일을 시작했다. 아저씨는 돌아온 나를 평소와 같이 대해주었다. 나는 방금 받은 새로운 도끼를 들고 어색하게 서 있었다. 아저씨가 나무를 패기 시작하자 나도 따라 했다. 오랜만에 하는 도끼질이 어색했지만, 기억이 떠오르면서 점점 익숙해졌다. 숲 속은 나무 패는 소리로 가득 찼다. 하염없이 나무를 패는 나를 보며 아저씨가 말했다.

“너, 키 좀 컸냐?”

"글쎄요."


나는 병원에서 돌아왔을 때부터 조금씩 글을 적었다. 이곳에서의 일상과 생각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적다 보니 A4용지 열 장 정도가 되었다. 나는 그것을 바르게 접어 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그 봉투를 장작 창고 앞에 있는 우체통에 넣었다. 우체통에 봉투를 넣자마자 텅하고 소리가 났다. 우체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언제쯤 도착할까? 답장이 올까? 그런데 정말 배송을 해주는 걸까? 그때, 커다란 갈색 메신저백을 메고 있는 아저씨가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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