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5)

by 고캣

나를 깨운 것은 내 코골이 소리였다. 자고 일어났지만 방은 여전했다. 내가 먹었던 것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텔레비전의 전원은 꺼져있었다. 나는 이제 익숙한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꺼내마셨다. 다시 통로로 돌아가봤지만 여전히 내가 들어왔던 구멍은 막혀있었다. 나는 이제 완전히 갇히게 되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렇다고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떠오른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이곳에 갇혀서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이곳에서 발악해 봤자 힘만 빠질 뿐이니. 냉장고 문을 열어 아무 포장용기나 꺼내 들었다. 안에는 잘 익은 따뜻한 삼겹살이 들어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게 나도 모르게 침이 나왔다.


밥을 먹고 게임을 했다. 처음 했을 때보다 능숙해져서 두 번째로 할 때는 플레이 시간이 줄었다. 그리고 잠이 찾아와 침실로 들어가 누웠다. 다시 눈을 뜨면 냉장고 문을 열었고, 밥을 먹고 나면 게임을 했다. 게임을 하고서는 또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기만 했다.


여러 번 자고 일어났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나를 구하러 오는 사람은 없었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도 알 수 없었다. 이곳은 언제나 편안한 장소였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이 감도 오지 않았다. 어제는 분명 밥을 먹고 게임을 했다. 어제? 정확히는 이전 잠에 들기 전에 그랬다. 내가 잠에 든 횟수는 열 번, 아니 적어도 스무 번은 넘었을 것이다. 그럼 나는 이십일 동안 이곳에 있었다는 것인가.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여기에 있었다면 당연히 누군가 나를 찾아왔어야 했다. 아저씨들이나 회사 관리자가, 엄마가, 아빠가. 아니, 당연하지 않았다. 아저씨들이나 회사 관리자는 내가 사라져도 딱히 문제가 없다. 그냥 수많은 동료 중 하나가, 수많은 인력 중 하나가 사라졌을 뿐이지 그들의 삶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 엄마는 분명 집을 나가버린 나보다 그 남자와 그의 아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겠지. 아빠는... 이미 죽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범람하는 댐처럼 그저 눈물이 터지고 흐르기만 했다.


이대로 가다간 혼자 쓸쓸하게 죽을 거 같았다. 눈물도 닦지 않은 채 통로로 향했다. 내가 들어왔던 구멍, 이제는 막혀버린 벽을 미친 듯이 치며 소리쳤지만, 흠집도 나지 않았다. 표면은 그냥 나무인데도 콘크리트 벽같이 딱딱했다. 내 힘으로는 절대 깨지지 않을 거 같았다. 무력한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그대로 옆을 보며 누웠다. 눈물이 저항 없이 흘러내렸다. 위쪽 눈에서 나온 눈물이 밑에 있는 눈을 지나면서 더 많은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서 그대로 누운 채로 멍하니 벽을 바라봤다. 그러자 익숙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죽은 아빠를 다시 만나게 되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6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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