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쥬르 Feb 05. 2024

2023년 겨울 한국 방문 Recap #2


2023년 한국 방문 Recap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4. 강추위를 뚫고 지인과 캐치업


평소 한국에 갈 때마다 만나온 지인도 있었지만 온라인에서 알게 되어 만난 분들도 있었다. 식사나 커피 한 잔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3년 동안 얼굴 한번 보자고 서로 노래를 부르던 부산 지인과도 처음으로 대면 미팅을 했다. 서울까지 올라와 주신 것만으로도 황송했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너무 한정적이라, 주어진 시간에 연락 주는 분들 다 만나지 못하는 것이 항상 아쉽다. 추운 날씨에 미국 촌사람과 재밌게 놀아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린다. (사진 올려도 되는지 의사를 여쭤보지 않아 사진은 생략… :)


작년 암 투병을 하던 친구가 수술과 항암을 마치고 지금은 재활 치료 중이다. 병마가 지나간 자리에 흰머리가 듬성듬성 나고 깡마른 친구가 안쓰러웠다. 가장 힘겨운 수술과 항암을 마치고 얼굴만은 말갛고 평화로워 보여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완전히 회복해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 속으로 복귀하기를 기도한다. 


친구가 함박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서 간 'Cafe Ima',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핫플이었다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얼른 낫길!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여행하고 글 쓰는 지인이 있다. 영화 동호회에서 만나 종종 영화제와 음악 축제를 함께 누비던 언니가 이제는 네 번째 출간 계약을 하고 각종 매체에 인터뷰를 하는 작가님이 되었다. 블로그를 통해 인연이 이어졌기에 이참에 블로그에도 감사. ㅎㅎ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언니의 책 <비혼이 체질입니다>를 다 읽었고 드디어 작가님을 만나 자필 사인을 받았다. 지적이고도 담백한 멋진 삶을 살고 있는 나의 글쓰기 선배, 삶의 선배, 김남금 작가님, 앞으로 출간되는 책도 대박 나시길 바라요!


어느 광팬의 한국 방문 ㅎㅎ 작가님의 자필 사인 기다리는 중 :) '단단하고 흥겨운 삶'이라니! 


5. 가족과 오붓한 시간


요가 수업, 지인과 캐치업으로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바로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하이라이트는 새해가 되기 전날 함께 한 ‘몸으로 말해요’ 게임*. ’ 코미디언 버금가는 언니의 모사 실력에 우리 집 여자들이 저녁 내내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단어만 보여주고 오직 몸으로 설명하는 게임)


제주도나 부산 같은 관광지에는 못 갔지만 일상이 선물하는 잔잔하고도 소소한 행복을 즐겼다. 조카와 함께했던 아침 등굣길, 방학식 날 함께 놀러 간 '아쿠아플라넷 광교', 조카 하나, 나 하나, 기념품으로 마련한 가오리 인형, 한국에서 마지막 주말에 언니와 단둘이 데이트했던 영흥 수목원의 추억은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엄마와 함께 먹었던 감자탕, 오랜만에 가족들과 먹었던 중국 음식도, 새해 아침 식사도… 나의 미각이 너무도 그리워할 맛이었다.


바닷속 친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 시간이었다. 조카와 하나씩 간직하기로 한 가오리 인형 ^^
오후 한나절 산책하기 좋은 영흥 수목원, 그린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삶의 스승님을 만나 마음이 벅차오르는 겨울이었다. 


언제나 나의 건강과 안위를 살펴 주시는 엄마, 오랜만에 본 딸이 산속 수행자 같다며 미국 돌아갈 때까지 살찌워 보내겠다는 목표를 결국 달성하셨다. (한국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난 충분히 통통한 거 같은데 어머니 입장에서 통통함의 기준은 다른듯하다 ^^) 가끔 뼈 때리는 조언으로 정신 번쩍 차리게 하는 나의 반쪽 쌍둥이 언니, 귀요미 조카 땡땡이와 함께 한 시간은 보석처럼 소중했다. 첫눈이 펑펑 오는 날, 조그만 손으로 솜 같은 눈송이를 잡으며, “이모도 느껴봐요!”라며 강아지처럼 첫눈을 반겼다. 무뚝뚝한 우리 집 남자 2인방, 아빠와 오빠는 말이 없어도 나의 타지에서의 삶을 얼마나 격려해 주는지 안다. 


유난히 눈이 많이 오던 겨울이었다. 짧은 시간이 이렇게 정교한 눈사람을 만들다니... 표정까지 살아있네 ^^
열심히 눈을 모으고 있는 땡땡이, 겨울 한복판의 귀요미 모녀


삶의 여유를 가져야 통찰력이 생긴다고 가끔 멍도 때리고 살라며, 수년간의 지혜를 나눠주신 나의 인생 선배님, 2년 동안 원인 몰랐던 통증에 대한 답을 찾아주신 한의사 선생님, 고난도 요가 자세를 넘어 요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일깨워 주신 한국의 자랑스러운 요가 선생님, 추운 날씨에 먼 곳까지 나와 나를 반겨준 지인님들께 모두 모두 감사드린다. 


추억 한 보따리와 온기로 에너지를 ‘풀로’ 충전했으니 이제 1년을 재밌게 열심히 사는 일만 남았다. 미국에서의 2024년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백설기 같은 눈을 맞으며 걷던 시간,

조카 땡땡이와 등교하던 아침,

한국 요가 선생님의 섬세한 핸즈온,

강추위를 뚫고 만났던 사람들,

가족과 보낸 겨울 시간을 그리워하며 

잔뜩 쌓인 우편물과 밀린 집안일을 캐치업하면서 지난 1월을 보냈다.

시원한 비와 함께 2월을 맞는다. ☔️


곧 설날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분! :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