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에 부부가 함께 산다는 것은 혼자가 아니다. 함께 있는 두 사람이 다른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은 혼자라는 말이다. 각각이 따로 혼자라는 말이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혼자를 좋아하지 않아. 뒤돌아 보니 60년이라는 시간 이동을 했다. 순간 이동이다. 이렇게 밖에 말을 못 하겠다.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시포스처럼 매일 아침 돌을 밀어 올리고 저녁이면 다시 굴러 내린 돌을 다음 아침에 다시 낑낑대며 밀어 올리며 살아왔다. 어떻게 살아온 거지?
아침에 눈을 뜨면, 남편, 아들, 딸, 나의 일을 수행하는 기계 전원을 돌리고 잘 돌아가도록 기름칠하고 손질하느라 분주하게 지냈다. 기계가 멈추지 않도록 먼지를 털어주고, 가끔 휴식도 하게 하고, 강약 조절하면서 운전을 해왔다. 글쎄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그런대로 잘 살아왔다. 감사한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다른 기계를 운전해야 한다고 장소를 옮기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다른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고 했다. 여태껏 가보지 않은 곳이다. 인생이란 매일 경험이 첫 경험인거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시간을 만나고,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을 하다가, 허둥지둥 살다가,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하늘나라라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종착역인가. 아참 나는 모르지. 저 너머의 그곳은. 아무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기계를 운전해야 하는 일은 낯설고 힘들어.
혼자 가기 싫어서 계획을 세웠지. 나 혼자 미소 지으며 버킷리스트도 만들었어. 그건 누구나 그렇듯이 우리 둘 부부가 함께 하는 꿈이야. 부부가 손잡고 산책을 하는 모습이나, 멋진 곳에 여행을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이나 함께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는 그런 꿈. 이런 꿈이 과한가? 동상이몽, 남편은 아주 다른 길로 가고 있어. 40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이 이 사람이 맞나 싶네. 우리 둘은 서로 성향이 반대야. 둘이 같이 좋아하는 것 하나 있기 하네. 여행과 등산. 하지만 남편은 우리 둘이 함께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 취미 생활은 친구들이랑 하는 것이라는 틀이 그를 에워싸고 있어. 오늘도 남편은 아침 식사 하자마자 대문을 나섰다. 저녁때가 되어야 돌아올 것이다.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 시가 오늘 나를 발견하게 해 준다.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