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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아당 Sep 07. 2024

단 한 사람의 관객이 있다면

feat : 세바시 강연 차인표(2021. 7. 28)

  지금 여기,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세바시 강연에서 배우 차인표는 말한다. 첫째, 낡은 습관을 버리라. 둘째,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히라. 그리고 단 한 사람의 관객과 함께 하라.  명확한 말이다. 지금 내가 살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사는 습관을 버려야 하고, 살고 싶은 새로운 습관으로 바꾸면 그것이 내가 바라는 인생 아닌가. 새로운 습관을 체화하는 과정에 서로 넘어지지 않도록 바라봐 줄 수 있는  한 사람의 관객이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평소 배우 차인표와 신애라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들의 다정한 모습이 연예인 부부라 이미지 관리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일관성 있는, 꾸밈이 없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나누고 기부하며 봉사활동하는 모습에서 신뢰를 하게 되었다. 더구나 두 딸을 신생아일 때 입양하여 고등학생으로 성장한 최근 일상을 접하고 존경의 마음이 우러났다. 신애라는 두 딸을 신생아 시기에 입양했는데 입양을 숨기지 않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입양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지켜진 것이다. 가족이 되는 종류는 자연분만, 제왕절개, 입양이다. 늘 사랑하고 끝까지 너를 지켜줄거야."    

 차인표 신애라 부부의 아이에 대한 진심과 사랑이 묻어나는 말이다. 딸들은 그 말을 받아들이고 함께 육아원에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저 아이들도 나처럼 좋은 가정에 입양이 되었으면 좋겠어. 나도 결혼하면 입양할거야.'라고 말한다. 차인표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차인표는 2018년, 30여 년 만에 미국에서 공부할 때 친했던 대학 동창 김광수를 만났다. 이십 대 한창 꿈에 부풀어 있던 시절, 인표의 꿈은 사업가였고 광수는 파일럿이었다.  LA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세월은 흘렀고 그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살고 있었다. 인표는 배우가 되어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으나, 광수는 은행의 샐러리맨으로 살고 있었지만 젊은 날의 꿈을 접은 것에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인표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물었다.

"광수야, 지금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뭐니?"

"운동을 하고 싶어. 다른 사람에게 운동을 가르쳐서 건강한 몸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 "


 친구 광수는 인표와 만난 것이 동기부여가 되었는지 20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20년 피트니스 체육관을 열었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준비도 철저하게 하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니 광수의 열정이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전해졌으리라. 그런데 어느 시나리오에도 없던 코로나 팬데믹이 오면서 문을 닫게 되었고 광수도 코로나에 걸려 힘들어할 때 인표는 매일 전화를 걸어 마음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해주었다. 광수가 말했다.

 "우리 내년 2021년에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써서 교환하자."

인표는 광수의 버킷리스트를 먼저 받아보니 '머슬 매거진에 커버모델이 되는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인표는 친구의 꿈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별생각 없이 말해 버렸다.

"나도 너와 함께 할게."

 어려운 시기, 서로 바라보는 관객이 되자는 심정이었다. 아니 '내가 너의 충실한 관객이 되어줄게'라고 생각했다.


 사실 광수는 체육관을 연 이후 열심히 운동을 한 몸이라 근육이 탄탄했다. 하지만 인표는 목, 허리, 관절도 좋지 않아 치료를 받는 중이었고 시간 여유도 없었다. 친구 위로하느라 함께 하겠다고 말은 했으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전문 트레이너 임윤창을 찾아갔다.  그는 인표의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철저한 지도하에 재활운동, 근육운동, 유산소 운동을 매일 하면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재활운동을 매일 45분, 근육운동을 오전 오후 각 1시간씩, 유산소 운동을 45분, 체육관까지 오고 가는 시간을 모두 합하면 매일 6시간이 소요된다.


 그 시간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생활 패턴을 밤의 세상에서 새벽 세상으로 바꾸었다. 자정이 되어서야 침대로 가던 패턴을 저녁 10시면 책 한 권을 들고 잠자리에 들었다. 처음에는 잠이 오지 않아 뒤척였으나, 3주 후쯤 되니까 저절로 생활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저녁에 일찍 자니 자연히 새벽 4시 50분이면 기상한다. 5시에 집을 나선다. 새벽에 나가서 운동을 하고 나면 10시 30분이면 운동이 끝난다. 저녁시간 1시간 근육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녹초가 되어 바로 꿀잠을 자게 되었다. 2주 정도는 의지로 버텼으나, 3주가 지나자 습관이 되어 전혀 어렵지 않고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의지가 지칠 때 습관이 아군이 된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드디어 인표와 광수는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매거진 '빅이슈'에 커버 모델이 되었다. 2021년 가장 멋지고 끝내주는 성공을 꼽는다면 바로 친구와 버킷리스트를 이룬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것에 거창한 계획이 필요하지 않다. 당장 낡은 습관 하나 버리고, 새로운 습관 하나를 세우는 것, 그리고 서로 관객이 되어줄 친구 한 사람 있으면 충분하다.


  나는 세바시 강연을 보고 옷깃을 여민다. 그동안 새로운 삶을 바라면서 낡은 습관은 버리지 못했다. 새로운 습관을 익히고 싶으나 고통은 회피했다. 저절로 되는 법은 없다. 의지로 버티다 보면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때부터는 쉽다. 배우 차인표에게서 화사한 빛이 비치는 것 같다. 아름다운 향기가 풍겨 나오는 것 같다. 힘든 친구가 꾸는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기꺼이 한 사람의 관객이 되어 함께 해주기로 한 그 마음이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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