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시루 Mar 11. 2023

0세 어린이집 적응기

7개월 차 아이도 할 수 있어요

23년 3월 11일,

0세 어린이집 적응기


이번 3월부터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출산 직후 어린이집 입소를 신청했고, 우리 부부보다 선순위에 있던 부모가 입소를 포기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맞벌이인 우리에겐 큰 행운이었다. 오는 6월까지 휴직을 한 아내가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장기로는 시설에 맡기는 방법 외엔 없어서다. 부모가 되고선 아이 키우기가 이렇게 어려운 게 저출생 문제에 연관돼 있다는 걸 절감한다! 하루하루 아이를 보며 느끼는 여러 환희의 순간이 없다면 육아의 무게를 어떻게 이겨낼까 싶기도 하다.


오늘로 2주째 어린이집에 등원한 7개월 차 아이는 다행히 잘 적응하고 있다. 입소 첫날과 재택근무를 한 날까지 이틀,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지켜봤다. 걱정 반, 설렘 반이었던 입소 첫날은 부모가 함께 한 시간가량 어린이집에 머물며 0세 반 담임 선생님과 얘기를 나눴다. 같은 반에 편성된 12개월 차 아이도 만났다. 아이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지만, 감사하게도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다. 평정을 유지하는 아이를 보며 우리도 안도했다.


3월 입소, 입학시즌은 모든 부모에게 큰 부담이 지워지는 시기다. 특히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 기간 내내 이어지는 아이 울음소리는 부모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3월 입소가 정해지기 까지도 복잡한 감정이었지만, 입소가 확정되고도 너무 일찍 아이를 시설에 맡긴다며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 부부도 이미 알고, 걱정하던 대목이었다. 당연히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시설에 맡기고 싶은 부모는 없을 테다. 다만,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올해로 결혼 7년 차인 우리 부부는 맞벌이로, 아이를 시설에 맡기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을 고려할 수 없었다.


아이의 0  입소는 주변을 설득해야 하는 일을 더했다. 아이의 조부모,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는 지인들은 각자의 육아 경험을 토대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우리 부부의 육아에 관심을 갖고 조언을 해준 점에는 감사하지만, 이는 아이의 입소 아니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도 아이를 가까이 두고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진심으로 우리를 걱정해 준다면, 우리 결정에 의심을 갖기보다는 우리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도움이 된다.


우리도 어른이고, 부모다. 아이를 키운 경험이 부족할 뿐이지 부모로 아이를 대하는 마음은 같다. 아이가 알아서  크고,  키워도 되니까 대충 시설에 맡기는 부모는 세상에 없다! "네가  모른다", 또는 "내가 먼저 겪어봐서 아는데"라는 식의 조언은 의미가 없다. 모두가 같은 여건에서 아이를 키우는  아니어서다. 그나마 정석으로 불리는 양육법은 비슷한 여건의 부모들이 택해서 그렇게 인식될 뿐이다. 모든 면에서 우리는 우리 부부에 맞는 양육법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0세부터 아이를 시설에 맡기기로 한 결정은 우리에 맞는 양육법이다.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기로 한 이상, 또 둘 모두의 직장에 어린이집이 없었기 때문에 집 근처에서 어린이집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우리가 원하던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건 큰 행운이다. 아내 휴직 기간까지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길 바라고, 그 후엔 또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내가 휴직을 이어서 하거나, 출퇴근을 조정해 등하원을 로테이션으로 맡는 법 등이다.


주변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이는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있다. 등원 둘째 날부터는 아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지 않고, 정문에서 아이를 맡기고 왔다. 그렇게 헤어진 첫날, 10분여간 아이가 울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아이의 적응은 생각보다 빨랐다. 아이 등원이 아이를 맡기는 걸로 바뀐 둘째 날부터 아이는 오전 2시간 내외를 어린이집에서 보냈다. 2 차였던 이번주는 분유, 이유식을 먹고 오기도 했다. 아이의 등원이란  변화로 우리 부부도  루틴에 적응하고 있다.


아내는 우리가  마음을 굳게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0 아이라 아무것도 모른다고들 하지만, 사실 아이도  안다. 다만, 부모와 그렇게 헤어지면 아이가 나중에 부모가 자신을 찾으러  거란 믿음을 형성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2시간 내외 짧은 시간을 어린이집에 머물러서 그런지, 담당 선생님에 따르면 아이는  먹고  논다고 했다. 오늘도 '어린이집'이란  도전을 마주아이가  적응해 건강하게 '인생  사회생활'  이어가길 바랄 뿐이다.


아이의 어린이집 입소를 겪으며 우리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부모, 가족, 시설 종사자  많은 이들이 개입해야 하는 일이란 점을 절감하고 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 부부가 택한 육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도전이 있을 아이의 삶이 지속가능하도록, 부모로  지켜보고 돕는  '아이 있는 ' 핵심일 듯하다.  첫걸음인 어린이집 적응을 어른들의 기대 이상으로 하고 있는 아이가 대견하고, 감사하다! "아가야, 엄마 아빠 걱정을 덜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부탁해. 엄마 아빠가 옆에서  지켜볼게."



작가의 이전글 우주의 중심인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