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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루 Mar 17. 2023

아이는 계속 크고 있어요

열심히 제 몫을 하고 있는 아이

23년 3월 17일,

아이는 계속 크고 있어요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닌 지 3주째다. 어느새 아이는 다른 환경에 적응했는지 어린이집에 닿으면 평정을 찾는다. 생애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이는 주변 우려를 불식시켰다. 빠른 속도로 적응한 아이는 어린이집 등하원을 정해진 시간에 하면서 루틴에 변화가 생겼다. 아침 6시 반 전후로 잠에서 깨는 아이는 바로 아침밥을 먹는다. 수유를 마치면 보통 놀이시간이 이어지고, 짧게 잠을 잤다. 3월부턴 오전 시간대 수면이 사라졌다. 아이가 자라며 놀이시간이 늘어 그럴 수 있지만 어린이집 등원을 하며 달라진 패턴이다.


또 다른 변화는 아침 놀이시간 후 어린이집 등원까지 소리를 내며 투정을 부리는 시간이 생겼다. 잠을 잤던 시간인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며 등원 전까지 엄마 품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잠깐 바닥에 눕히려고 해도 큰 소리를 내며 계속 안아달라고 한다. 성장에 따른 변화일지 모르지만, 목젖을 울려서 내는 떨리는 목소리를 내는 걸 반복한다. 이 시기 아이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소리를 자각하면서, 목이 쉬도록 같은 소리를 계속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은 육아휴직을 하고 주로 양육을 담당하고 있는 아내에게 큰 도움이 된다. 보통 오전 9~9시 반 사이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는 이번주에는 오후 12~1시까지 어린이집에 있었다. 새 환경, 새 사람이 낯설기도 할 텐데 어린이집에서 잘 먹고, 잘 놀고 있단다. 그동안은 부모, 도우미 선생님이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길었는데 그중 일부를 어린이집이 담당하게 된 거다. 출산 전부터 아이를 일찍부터 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낸 우리 부부는 아이의 적응이 반갑기만 하다.


6~7개월 밖에 안 된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하면 놀라는 이들이 많다. 물론 우리와 마찬가지로 맞벌이로 아이를 키워온 이들 중 다수는 아이가 잘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통설인지는 모르나 0세는 아이가 아무것도 모를 때 어린이집에 다니므로 적응이 더 빠를 거란 말도 자주 들었다. 이런 예는 0~2세 반으로 이뤄진 어린이집을 드나들며 빈번하게 마주하게 됐다. 오리엔테이션, 또 첫 며칠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우리를 기준으로 봤기 때문에 1~2세 아이는 0세보다 잘 적응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기 시설에 다니는 아이는 어느 월령이건 부모와 처음으로 떨어지는 경우다. 부모 등 소수만 접하던 아이가 조금 더 큰 세상에 나서게 된 셈이다. 어린이집을 보내며 부모만큼 정성껏 아이를 돌볼 이를 찾는 게 쉽지 않고, 부모가 발달에 맞는 양육을 하는 게 어렵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인 상황에서 매일 커가는 아이를 이해하고, 맞춤형 양육을 제공하는 건 아무리 봐도 무리여서다. '아이 없는 삶'도 무척 바쁘다!


부모 역할이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은 것도 최근이다. 모든 부모는 최상의 육아를 해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뿐일 테다. 그러나 지난하게 이어지는 육아는 부모의 마음을 갈대처럼 흔들리게 한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아이의 변덕을 매번 100% 사랑으로 포용할 수 없다. 물론 무조건적 사랑으로 아이를 품을 테지만 항상 같은 마음일순 없다. 이는 많은 부모가 아이를 돌보며 갖는 죄책감의 원천일 것이다. 잠시 그런 감정에 휩싸일 수 있지만 그에 매몰되서는 안 된다.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요동치는 정서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아이를 키우는 일이 힘들다는 의미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서 일어난 몇몇 변화도 시간이 지나면 '뉴 노멀'로 익숙해질 걸로 보고 있다. 또 그 변화가 끊이지 않을 거란 데에도 공감했다. 어른도 새 환경에 적응하며 미세한 변화를 하는데, 아이에게 '어린이집 등원'은 엄청난 도전일 게 뻔해서다. 그런 면에서 오늘도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을 아이가 대견하다.


등원 횟수로는 며칠밖에 되지 않은 셈인데, 아이의 표정이 달라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부모로 이런 아이 모습이 대견해 보여서, 또 하루하루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그런지 아이가 부쩍 '어린이'처럼 보인다. 여전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장난감을 손에 야무지게 쥐는 것부터 신기한 소리를 목이 쉬어라 내는 것, 새로 만난 사람을 알아보는 것, 부모가 모르는 다른 표정을 짓는 것까지 많은 걸 해내고 있다.


어쩌면 부모인 우리도 모르는 사이, 아이는 다음 단계 발달에 가까워졌는지 모른다. 항상 가까이에서 아이를 열심히 지켜보고 필요한 걸 챙겨줘야지 하는 마음이지만, 각자의 시간이 달리 흐르듯 이제 생후 7개월이 된 아이는 자신의 시간을 열심히 채우고 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며 제 몫을 하고 있을 아이를 떠올리니, '대충' 보내는 시간이 없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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