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맛보는 신선함과 현실보다 더 달콤한 맛, 그 뒤에 찾아오는 강한 떫
줄거리 눈부시게 발전한 첨단 기술. 하지만 인간의 어두운 본능이 그 기술을 이용하면서, 기이한 악몽이 시작된다.
드라마 <블랙미러>는 2011년 12월부터 영국 지상파 TV 'Channel4'를 통해 방영된 SF 옴니버스 영국 드라마입니다.
옴니버스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늘어 놓아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영국의 풍자 코미디언 ‘찰리 브루커’가 각본과 총괄 제작을 맡았는데요. 2016년 10월 시즌3부터는 넷플릭스에 판권이 넘어갔고, 이후 넷플릭스에서 시리즈가 공개 되며 세계적인 히트를 쳤죠. 인기에 힘입어 현재 시즌5까지 방영 되었어요.
시즌3의 '샌주니페로'와 시즌4의 'USS 칼리스터' 등은 에미상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지난 2018년 공개된 인터랙티브(관객 참여형) 영화 <밴더스내치>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어요.
만약 기술이 마약과 마찬가지이고, 실제로 마약처럼 사용 되고 있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무엇일까요? 불안함과 즐거움 사이의 모호한 존재가 바로 <블랙미러>입니다. (중략) 차갑고 번쩍거리는 텔레비전 화면, 모니터, 스마트폰이 바로 '검은 거울'이죠. '찰리 브루커' 인터뷰 중
'블랙미러'는 스마트폰 화면, 모니터, TV 등이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지만 그 화면이 꺼지면 검은 거울만 남게 된다는 것을 의미해요. 실제로 드라마 <블랙미러>는 첨단 기술과 미래 과학의 ‘부정적인 측면과 아이러니’에 초점을 둔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뤄요. 윤리적 공백 다시 말해, 미디어와 발달된 기술이 윤리관보다 앞섰을 때 직면하게 될 문제점들을 다방면으로 접근하여 풍자하죠.
<블랙미러>가 선보이는 기발한 상상력은 가상현실, 소셜미디어, 기억 저장 장치 등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내용인데요. 과장하기 보다는 실제로 일어날 법한 수준의 묘사를 하기 때문에 보고 나면 오히려 찜찜함이나 불쾌함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럼에도 세계적인 시청자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건, 신선한 풍자 방식과 다양한 반전 등 장르적 재미 덕분이에요.
블랙코미디란? 코미디의 일종이므로 웃음을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인간과 세계의 모순성, 부조리함을 느끼게 하는 역설적인 유머를 사용한다. 밝고 쾌활하기 보다는 씁쓸한 웃음을 유발한다.
1935년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시인 겸 이론가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이 어두운 풍자성 유머들을 모아서 “어두운 유머 문집(Anthologie de l'humour noir)”이라는 책을 집필했고, 이것이 전세계로 퍼지면서 블랙코미디의 개념이 정립됐어요. ‘찰리 채플린’의 명언,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문장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죠.
<블랙미러>의 장점은 다소 어렵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하는 다양한 철학적 사유 주제를 각 에피소드 내에서 각기 다른 장르적 재미를 활용하여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풀어낸다는 점이에요.
<블랙미러>의 제작자 ‘찰리 브루커'는 영국의 풍자 코미디언이기도 한데요. 리뷰 스타일이 굉장히 자유롭고 과격한 것으로 유명해요. 그는 각종 매체 리뷰를 통해 얻은 다양한 지식을 기반으로 <블랙미러>를 제작했어요. 덕분에 냉소적 줄거리, 욕설이 난무하는 대사 등 충격적이지만 비판적이기도 한 영국식 블랙코미디의 진가를 보여주죠.
기술이 나쁘다고 묘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기술을 어떻게 잘못 사용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찰리 브루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가 지난 5월 <블랙미러> 시즌6의 진행 예정 사실을 보도했어요. 지난 시즌5가 공개된 2019 이후 3년 만의 신작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각 에피소드가 1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전 시즌들보다 훨씬 더 영화에 가깝게 제작될 예정이라고 해요. <블랙미러>의 앞으로의 행보 또한 기대가 됩니다.
처음 맛보는 신선함과 현실보다 더 달콤한 맛, 그 뒤에 찾아오는 강한 떫음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첨단 기술의 발달이 정점을 찍을 가까운 미래,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기술의 달콤함과 그 안에 숨어 있는 떫음 즉, 이면에 대한 다차원적인 담론을 한번에 담은 블랙코미디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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