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얘기지만
간혹 어떤 사람들은 대충 어디선가 주워들은 멋진 말들을 사람들 앞에서 신나게 떠들곤 한다. 자신만의 멋진 개똥 철학과 신념처럼 말이다.
결국 자신의 사유 끝에 나오지 않은 그 말들은 그 출처에서 나온 문장 아래에 깔려 있는 긴 시간 동안의 경험은 삭제되어 있기 때문에 말에 오롯한 힘이 없다.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대충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을 나불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귀신같이 눈치챌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아마 5년 전쯤부터 생겨난 능력일 것이다. 그때부터 왠지 나는 그 사람이 말하는 표정과 어투만으로도 그 사실을 느낄 수 있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사람이 암만 멋지게 포장을 하더라도 말이다.
인간이 살면서 몇 번 정도야 그럴 수 있겠다마는 매 순간의 대화를 그런 말들로 채워나가는 존재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강한 환멸을 느낀다.
어설프고 부족해도 혹은 유치해도 아니면 그 생각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사유를 통해 정의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는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언제든 자신의 생각을 고쳐나가며 이내 성숙 해질 테니 말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나는 그런 사람이라면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적어도 남자여도 여자여도 아니면 제3의 성이어도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충 어디선가 주워들은 멋진 말을 내뱉으며 비루한 자신을 뒤에 숨겨놓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거 하나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나 같은 애들은 그런 사실을 기가 막히게 눈치채고 있으며 당신이 민망할까 봐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란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