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남정 Oct 26. 2022

[책 한 소절] - 불확실성에의 중독

『파친코』

인생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하는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게임에 
손님이 빠지는 이유를 모자수는 이해할 수 있었다.
2-p.95.     


어느 날 꿈에 돌아가신 아버님이 집으로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온 적이 있었다. 모두들 예사 꿈이 아니라며 복권을 사라고 했다. 마침 로또 1등 당첨금이 쌓이고 쌓여 항간에 로또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을 때였다. 정확하게 당첨금이 얼마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로또 한 장으로 인해 부푼 마음으로 살 수 있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사줄지, 얼마를 보태줄지 매일매일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대박 꿈을 꾸고 산 로또는 1등에 당첨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꽝도 아니었다. 몇 만원의 당첨금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나는 그 돈을 모두 로또에 재투자했고, 당첨 확률이 훨씬 더 높아졌다는 기대감에 또다시 행복한 일주일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일주일, 또 일주일의 시간이 흘러갔다. 당연히 안 될 거라며 덤덤한 척 했지만 언제나 진심의 공간에는 희망의 여지가 비켜나질 않았다. 될 거라는 보장도 없었지만 안 될 거라는 보장도 없는 것, 바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의 중독이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도박이 그러하고, 인생 또한 그러하다.      


이 책은 1910년에서 1989년까지의 한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4대에 걸친 재일교포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당시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일본으로 들어갔다가 뿌리를 내린 조선인들이 있었다.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도, 출세도 불가능했던 그들이 돈과 권력, 신분 상승을 꿈꿀 수 있었던 유일한 일자리가 파친코였다고 한다. ‘뜻밖의 횡재를 할 수도 있지만 일시에 모든 것을 잃고 파멸할 수도 있는’ 도박 같은 인생, 파친코는 그래서 이들의 삶을 상징하는 메타포가 된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지만 로또 당첨을 기다리는 그 일주일 같은 환각으로 우리는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희망의 여지가 남아있는 게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불확실성’에의 중독, 그것이 인생이다.  

작가의 이전글 [북&무비] - 감독 하정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