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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락 May 03. 2022

대학교 등록금 동결 정책이 만들어내는 것

경제 단상 2 


 2022년에도 대학교 등록금이 동결되었다. 전국 4년제 대학의 99%인 189개교가 등록금을 올리지 않았다. 나머지 1% 2개교는 0.05%, 0.08% 내렸다. 100만원 중에서 500원, 800원 내렸다는 뜻이니 실질적으로 내린 것은 아니고, 등록금을 내렸다는 프로파간다가 필요했던 것 같다. 


 대학 등록금 동결은 현재 14년째 지속되고 있다. 사실 대학등록금 동결은 정부의 정식 규제는 아니다. 법령 어디를 살펴봐도 대학 등록금을 올릴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대학은 등록금을 올리려면 올릴 수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대학에 대해 각종 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 대학, 재정지원 제한 대학 등을 지정한다. 이런 평가 지표 중에 대학 등록금을 올렸는지 여부가 포함된다. 대학 등록금을 올릴 수는 있지만, 등록금을 올리면 여기서 굉장히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대학 평가 점수가 낮으면 유형, 무형의 엄청난 부담을 받는다. 대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건 대학에 치명적이다. 등록금 동결이 정식 규제가 아니지만 대학들이 지킬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대학생들은 대학 등록금 동결을 좋아한다. 등록금 동결이 아니면 당장 대학에 낼 돈이 늘어나는데, 대학금 동결 정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등록금이 동결되면,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몇 년간 등록금이 올라서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학생들 입장에서 등록금 동결은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간단할리 없다. 등록금 동결로 대학생들은 지금 좋아할지 몰라도, 대학은 골병이 들고 있다. 대학생들은 대학을 다니기는 하지만, 대학 내에서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자식이 매일 매일 부모님과 같이 먹고 자고 하면서도 집안 경제 사정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부모님이 얼마나 빚이 있고 빚을 갚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자식은 매일 같이 지내도 알지 못한다. 부모의 경제상황을 잘 모르기에 학원 보내달라, 용돈 올려달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다. 대학생과 대학의 관계도 이런 것과 같다. 대학이 어떤 상태인지, 대학생들은 잘 모른다.


 14년간 등록금 동결이다. 대학의 수입이 14년간 제자리였다는 뜻이다. 보통 직장인이 14년간 월급이 오르지 않았다고 생각해보라. 14년전에는 괜찮게 먹고 살았던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먹고살기 힘들 수 밖에 없다. 대학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전기료, 수선료 등 운영비는 올랐다. 관리에 필요한 일용직 임금도 굉장히 많이 올랐다. 직원들 월급도 올랐다. 지출을 늘리지 않아도 단가가 올라 지출은 굉장히 증가했다. 그런데 등록금 수입은 그대로이다.


 사실 수입은 줄어들었다. 대학 입학생이 줄면서 대학 구조조정이 이루어졌고, 많은 대학에서 정원이 줄어들었다. 최고의 대학 몇몇만 정원이 그대로고, 나머지 대학은 모두 정원이 줄었다. 정원이 얼마나 줄었느냐가 문제이지, 정원이 줄었다는 그 자체는 대부분 대학이 동일하다. 등록금은 그대로인데 정원이 줄었으니 수입은 감소된다. 


 2-3년전만 해도 재정이 굉장히 튼튼한 대학 중에서는 흑자인 대학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대학도 적자로 돌아섰다. 재정이 별로 튼튼하지 않은 대학은 훨씬 이전부터 적자였다. 


 적자인 조직, 단체는 무엇을 최우선으로 할까. 적자에서 벗어나는 것, 어떻게든 망하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 최우선이 된다. 대학의 목적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 경쟁력 있는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아무리 잘해도 등록금이 오르지 않는 이상 학생들에게 잘하는건 의미없다. 학생 수업 외에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한다.


 대학이 수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정부 사업을 따는 것이다. 교육부 등은 대학을 대상으로 여러 사업을 벌인다. 대학들은 그 사업에 신청서를 내고 선정되어야 한다. 그러면 몇억, 몇십억의 돈이 들어온다. 대학들은 정부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사업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그 심사기준에 맞도록 대학 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 


 예전에는 재정이 괜찮은 대학은 이런 정부 사업에 무관심해도 되었다. 대학은 교수들의 집단이다. 교수는 기본적으로 자기 업무 외의 다른 일에 상관하고 개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진다. 하지만 지금 당장 적자인 상태에서는 어쩔 수 없다. 사업에 참여해서 돈을 받아야만 적자를 줄일 수 있다. 


 교수가 연구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중시한다는 것은 과거의 일이다. 아니면 나이가 좀 들어서 현재 대학 유지 활동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원로 교수의 이야기이다. 젊은 교수들은 모든 일의 중심이 사업을 따내고 운영하는 것, 그리고 대학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는 교육부가 지원하는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을 하기로 했다. 직장에 다니는 고교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학위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화여대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여기에 강력히 반발하고 시위를 했다. 결국 이화여대의 이 프로그램은 무산되었다. 이화여대는 명문대인데, 이런 식으로 고교졸업생들에게 학사학위를 주는 것에 대한 반발이 강했다. 그런데 질문. 이화여대 교수들이 더 이화여대에 대해 자부심이 강할가, 이화여대 학생들이 더 자부심이 강할까. 이화여대 교수들의 많은 수가 이화여대 졸업생이고, 다른 교수들도 그 이상의 명문대 출신이 대부분이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이대 교수들이 더 강하면 강했지 학생들보다 낮지않다. 그런데 왜 이대교수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추진했을까. 이대가 명문대이니 재정도 충분할거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학교들은 지금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사업이든 다 하려 한다. 선정 과정에서 떨어져서 못하는 것이지, 하기 싫어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사업이 안되면 별도의 사업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학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특수 과정, 최고경영자과정, 예술 문화 프로그램 과정들은 이런 수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이 각각의 사업마다 교수들 몇 명이 달라붙는다. 교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이런 사업들을 수행하고 계속 유지하는 일이다. 이런 사업들을 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다. 


 교수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주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학생들의 생각일 뿐이다. 교수들은 대학이 유지될 수 있도록 수익 사업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 그리고 대학평가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각종 지표를 달성하고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이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대학등록금이 동결되니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댓가는 분명 존재한다. 지금 대학은 어떻게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잘 지내게 할까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럴 여유가 없다. 일단 대학이 부도나지 않게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건 소위 명문대학이라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명문대학도 지금 다 적자이다. 겉으로만 보면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은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대학 내부는 망가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대학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저하라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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