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았던 영광에 대하여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담배 피는 해골〉은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인간의 허영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냉소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저는 이 그림에서 출발해, 권력의 정점에 선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붓을 들었습니다.
그림 속 해골은 붉은 모자를 쓰고 입에 모란꽃 한 송이를 물고 있습니다. 민화에서 꽃의 왕으로 불리는 모란은 '부귀영화'의 상징입니다. 궁중에서는 왕의 권위를, 민간에서는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며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꽃이죠. 하지만 그 강력한 권력과 욕망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결국 한 장 한 장 시들어 떨어지는 꽃잎일 뿐입니다.
모자에 새긴 라틴어 문구, 'MEMENTO TE HOMINEM ESSE(당신 역시 인간임을 기억하라).' 로마 시대 개선 장군의 뒤를 따르던 노예가 외쳤던 이 말은, 아무리 거대한 권력을 쥐었더라도 당신 역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유한한 존재임을 일깨우는 경고입니다. 역사 속 어떤 권력자도, 오늘의 어떤 강자도 예외는 없습니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이 진실을 마주했다면 세상은 조금 더 평화로워질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 다른 그림에서는 검은 상복과 베일을 두른 해골이 화려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고 담배를 피웁니다. 옷깃에는 'Memento Mori' 배지가 달려 있고요.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과 부를 누렸으나 결국 그 욕망의 무게에 스스로 짓눌린 인물을 형상화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그토록 빛났던 보석들도 죽음 앞에서는 그저 차가운 돌덩이일 뿐입니다.
상복은 어쩌면 영원할 것 같았던 자신의 권력을, 스스로 애도하는 옷일지도 모릅니다. 담배 연기처럼, 모든 영광은 허망하게 흩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