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VER

CONTINUE? YES / NO

by 미풍

<멈추지 않는 게임>

멈추지 않는 게임 / 60.6x72.7cm / 한지에 채색 / 미풍 作

이 그림은 원형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세상에서 우리의 현재를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아이의 방을 들여다보며, 저는 인간의 내면 깊이 박힌 폭력성과 그 대물림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동심으로 가득해야 할 공간이 어쩌면 우리가 끊임없이 되풀이해 온 전쟁과 파괴의 역사를 가장 정직하게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그 거울이 동그랗다는 것이 묘하게 어울립니다. 역사는 직선이 아니라 원을 그리며 반복되니까요.


공룡 화석과 모래시계

— 압도적인 힘도 전설이 된다

그림의 중심, 가장 높은 자리에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 모형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합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온 세계를 굽어보는 그 자세는 여전히 위협적입니다.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절대 강자. 하지만 지금 그것은 뼈만 남았습니다. 살도, 숨도, 포효도 없는 뼈.

화석의 발아래에는 모래시계가 놓여 있습니다. 모래는 이미 상당 부분 흘러내렸습니다. 공룡에게도 시간은 공평하게 흘렀고, 어떤 압도적인 힘도 시간이라는 심판관 앞에서는 전설로 남을 뿐입니다.


GAME OVER

— 이기고 죽이는 본성의 대물림

화석 왼편에는 모니터가 켜져 있습니다. 화면 속에는 붉은 글씨로 게임이 끝났음을 알립니다.

GAME OVER.

그 아래 작은 글씨로 묻습니다.

CONTINUE? YES / NO.

게임 속 캐릭터들은 서로를 향해 주먹을 겨누고 있습니다. 화면 바깥, 탁자 위에는 게임 컨트롤러가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장난감 소총과 칼, 탱크, 초록빛 플라스틱 미니어처 병사들.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이 탁자 위에서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이기고 죽이는' 인류의 본성이 아이들의 놀이 속에 스며들어 세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아이는 전쟁을 장난감으로 배우고, 놀이로 인식합니다. 끝난 게임은 언제든 다시 시작됩니다.


CONTINUE? YES.


사과와 뱀 — 가장 오래된 원죄

代代相傳(대대상전)

대대로 이어져 전해진다는 말이 이 그림 앞에서는 조금 서늘하게 읽힙니다. 탁자 한가운데, 붉게 잘 익은 사과 한 알이 놓여 있습니다. 탐스럽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사과 주위로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습니다. 인류의 폭력성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그 순간부터 유전되어 오는 본성이 아닐까요.

사과 곁에는 초록빛 플라스틱 병사들이 총을 겨누고 있습니다. 에덴을 떠난 인간이 곧장 달려간 곳이 전쟁터였다는 듯이.


새장 속 비둘기 — 밀려난 평화

그리고 오른편에 새장이 있습니다.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새장 안에 앉아 있습니다. 곁에는 올리브 가지가 놓여 있습니다. 노아의 방주에서 육지를 찾아 돌아온 비둘기가 물어왔다는 그 올리브 가지. 평화, 화해, 새로운 시작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새장에 갇혀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외치지만, 정작 탁자 위에는 소총과 탱크와 단검이 가득합니다. 비둘기는 새장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올리브 가지는 아무도 집어 들지 않습니다.


아버지 꼭두의 손길

이 소란스러운 풍경 너머, 원형의 바깥 오른쪽에 아버지와 아들로로 보이는 꼭두가 서 있습니다. 붉은 도포를 입고 갓을 쓴 그는, 원 안의 세계를 관조하며 세상의 폭력에 노출된 아들의 귀를 가만히 막아주고 있습니다. 인류의 반복되는 비극을 목도하면서도, 그 무거운 대물림을 조금이나마 막아보려는 따뜻한 손길입니다.

꼭두는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오가는 존재입니다. 그 경계에 선 아버지의 눈빛이 체념이 아닌 결의에 찬 듯 보입니다. 막을 수 있는 것을 막고, 막을 수 없는 것은 함께 버텨주겠다는.

결국 이 잔혹한 게임의 대물림을 끊어낼 열쇠는 날카로운 칼날이 아닌, 아들의 귀를 감싸 쥔 아버지의 온기 어린 손길에 있지 않을까요.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베드로전서 4:8)'

우리가 서로의 상처를 응시하고 보듬는 그 자비의 마음을 회복할 때, 비로소 인류는 해묵은 원죄의 굴레를 벗고 새장 밖 비둘기가 전하는 진정한 '아타락시아(평온)'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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