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건 뒤에 감춰진 것들
르네 마그리트는 1928년,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입을 맞추는 두 연인을 그렸습니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왜 저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천으로 가린 채 키스를 하고 있는 걸까요.
마그리트는 평생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주제를 파고들었습니다. 그의 <연인들>은 어쩌면 사랑조차도 서로의 진짜 얼굴을 보지 못한 채 나누는, 비틀어진 관계에 대한 은유였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을 모티브로, 탐욕에 매몰된 두 인물의 일그러진 초상을 그렸습니다. 그들의 영원할 것 같던 권력이 실상은 얼마나 위태롭고 허망한 모의였는지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그림 속 남녀는 두건을 쓴 채 서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외면한 채 서로의 초라한 욕망만을 공유하는 관계입니다. 한쪽은 뇌물로 받은 보석과 가방으로 치장하고, 다른 한쪽은 술병을 든 채 자신의 탐욕에 취해 있습니다.
이들의 포옹은 사랑이 아닌, 영구집권이라는 허황된 꿈을 향한 위태로운 결탁입니다.
배경에는 어두운 하늘을 가로지르는 무인기와 곳곳에 떠다니는 오물풍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국가의 안위보다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공포를 조장했던 권력자들의 행적은, 뼈만 남은 손길처럼 서늘한 비극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남자의 붉은 모자에는 라틴어가 새겨져 있습니다.
MEMENTO TE HOMINEM ESSE.
당신 역시 인간임을 기억하라.
이 문구는 이 연작의 첫 편 〈메멘토 모리〉에서 등장했던 바로 그 경고입니다. 로마 시대 개선 장군 뒤를 따르던 노예가 외쳐야 했던 말. 당신이 아무리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느껴져도, 당신은 유한한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그런데 이 그림에서 그 문구는 아이러니하게도 경고를 받아야 할 자가 경고의 문구를 쓰고 다닙니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것처럼. 머리와 가슴이 아는 것은 다릅니다.
마그리트가 즐겨 그린 방식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보이는 것과 진실 사이의 균열. 이 그림 속 붉은 모자도 그 균열 위에 놓여 있습니다. 경고는 쓰여 있지만, 그것을 새긴 자는 그 경고를 이미 외면하고 있습니다.
두건으로 가린 얼굴은 영원히 가려져 있을 수 없습니다. 탐욕 뒤에 숨겨진 진실은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 그 민낯을 드러냅니다. 역사는 가리는 자와 드러나는 진실 사이의 싸움을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끝냅니다.
붉은 모자 위의 경구는 이제 광장에서 울려 퍼집니다. 당신은 인간이고 그러니 인간으로 살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