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生老病死(생로병사)의 길

by 미풍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삶이란 결국 자기 몫의 돌덩이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의 고역이다. 그러나 그 고통을 인식하는 순간, 인간은 그 운명보다 거대해진다." —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 60.6x72.7cm / 한지에 채색 / 미풍 作


이 그림은 고갱의 위대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1897년, 타히티의 화가 폴 고갱은 캔버스에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저는 그 질문을 한국적인 정서로, 우리 민화의 선으로 다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거친 질감의 황토색 배경 위에 흰 눈길이 구불구불 펼쳐집니다. 길은 곧게 뻗지 않습니다. 오르고 꺾이고 다시 오릅니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저는 그 길을 따라 걸으며, 태어남에서 죽음까지의 여정을 차분히 그려보았습니다.


生老病死(생로병사)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 우리 모두가 예외 없이 걷는 길입니다.




태어나다

길의 맨 아래, 가장 첫 번째 자리에 아기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빈손으로, 기어갑니다. 포동포동한 볼에 발그스름한 빛이 돌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도착한 것이 그저 기쁜 듯이. 그 가벼움이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아기 곁에는 작은 꼭두 두 개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흥겹게 춤을 추는 꼭두들이 아기의 친구가 되어줍니다. 이승에 막 도착한 존재를 처음부터 호위하는 것이죠. 죽음은 삶이 다해야 오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늘 곁에 있었던 것임을 그 작은 꼭두들이 말해줍니다.


자라나다

조금 올라가면 아이는 어느새 때때옷을 입고 앉아 장난감 인형을 손에 쥐고 방긋 웃고 있습니다. 붉은 치마가 화사하고, 눈이 초승달처럼 굽어 있습니다. 그 옆에서 어릿광대 꼭두가 흥겹게 춤을 춥니다. 세상이 아직 놀이터인 시절입니다.

그리고 길 위에는 붉은 풍선이 등장합니다. 하늘을 향해 둥실 떠오를 것 같은 그 빨간 풍선처럼 세상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짊어지다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가운데 구간에는 한 아이가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메고 서 있습니다. 붉은 풍선을 손에 쥐고 있지만, 풍선은 바람이 빠져 조금 작아진 것 같습니다. 아이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습니다. 삶의 무게에 조금씩 짓눌리는 듯 합니다. 그 옆에는 훈장처럼 생긴 꼭두가 서 있습니다. 표정은 진지하고, 몸은 다부집니다. 이제 삶은 놀이가 아니라 책임의 영역으로 넘어왔습니다.


길을 더 올라가면 등에 아이를 업고 한 손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또 한 손으로는 무거운 짐 가방을 든 여인이 등장합니다. 그의 어깨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풍선은 쪼그라들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던 꿈이, 어른이 되어 마주한 현실의 무게에 조금씩 오므라든 것처럼.

任重道遠(임중도원)

짐은 무겁고 길은 멉니다. 공자의 이 말이 평범한 우리 삶의 한가운데에도 그대로 놓여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이를 키우고, 부모를 모시고, 생계를 꾸리는 그 일상이 바로 임중도원의 현장입니다.


비워내다

길의 윗부분, 그림의 상단으로 올라가면 굽은 허리로 힘겹게 보행기를 밀고 가는 노인이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장난감 인형과 낡은 책가방, 짐가방, 아이를 업던 포대기는 이제 끄는 것조차 버거운 짐이 되었습니다. 한 때 책으로, 짐으로 가득찼던 가방은 비어 있고 아이를 품었을 포대기가 이제는 빈 채로 흔들립니다. 채워졌던 것들이 하나씩 비워지는 시간입니다.

왼편에는 바리데기 꼭두가 홀로 서 있습니다. 한 손에 붉은 꽃 한 송이를 들고, 우리가 지나온 모든 시공간을 자애롭게 바라봅니다.

空手來空手去(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갑니다. 우리가 그토록 쥐려 애썼던 것들이 결국 이 낡은 가방 속 소품들처럼 남겨진다는 것. 서글프다기보다는, 그래서 오늘 쥔 것들을 더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늘 곁에 머문 꼭두 — 죽음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길의 끝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꼭두들이 길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기 손바닥만하게 작았던 꼭두가 길을 올라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커집니다. 죽음이 가까워오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꼭두는 이승에서 저승까지 망자를 호위하고 안내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이 처음부터 곁에 있었다는 것은, 죽음이 삶이 끝난 뒤에야 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 곁을 함께 걸어왔다는 뜻입니다. 생각해보면 그것이 오히려 위로입니다. 마지막 길에 처음 만나는 낯선 존재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 걸어온 오랜 동행이 배웅해준다는 것.

生死一如(생사일여)

삶과 죽음은 본래 하나입니다.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오늘 하루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황토색 배경 위의 흰 눈길은 곧게 뻗지 않습니다. 지그재그로, 구불구불 굽어 올라갑니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길 위에 뿌려진 작은 노란 점들이 반짝입니다. 별처럼, 혹은 민들레 씨앗처럼. 걸어온 자리마다 무언가 남겨진다는 듯이.

고갱이 그 질문을 던진 지 130년이 지났지만, 답은 여전히 각자가 걸어가며 찾는 것인 모양입니다. 저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하나의 답을 가만히 내려놓았습니다.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도, 지금 이 길 위에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그러니 오늘 내 곁을 걷는 사람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야겠다고.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 1897~1898년경 / 유화 / 폴 고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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