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사과 한 입에 담긴 감사​

아내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

by 글쌈


새해 아침, 사과 한 입에 담긴 감사


12월 31일, 야간근무 날이다. 바깥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사무실은 고요했다. 컴퓨터 화면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만이 새벽의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다. 지금은 새벽 3시, 졸음이 쏟아지고 출출함이 밀려오는 시간이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씻어 가방에 넣어 준 사과를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콤하고 새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지며, 건조했던 목이 적셔지고 상쾌함이 몰려왔다. 작은 사과 한 조각이 이토록 큰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사과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에 잠겼다. 비록 작은 과일이지만 그 속에는 농부의 땀과 자연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다가 문득 학창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어머니께서 새벽부터 도시락을 준비하시고, 가방 한쪽에 따로 삶은 계란을 넣어 주시던 기억이다. 늦은 밤 그 계란을 꺼내 먹을 때 느꼈던 따뜻함이 지금 사과 한 입에서 다시 되살아났다. 어릴 적에는 그 소중함을 몰랐지만, 이제서야 깨닫는다. 내 삶 속에는 늘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사랑과 배려가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의 시구가 떠오른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저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가 들어있다."

이 사과도 그러했으리라. 태풍과 바람, 햇빛과 비를 견디며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야 지금 내 손에 닿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삶도 이 사과와 닮아 있다. 사과가 붉게 익어 가기까지 수많은 손길과 노력이 필요했듯, 나 역시 누군가의 보살핌과 격려 속에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 그것을 떠올리는 순간, 사과 한 입의 달콤함이 단순한 허기를 채우는 맛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림으로 다가왔다. 어머니가 정성으로 삶아 주신 계란처럼, 아내가 손수 씻어 준 사과처럼,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이 깃든 값진 선물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렇게 사과 한 입을 통해 지나온 시간과 사람들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24년을 회사 지킴이로 마무리하고, 25년을 감사와 성실함으로 채우며 더나은 자신을 만들어 가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다. 오늘도 이곳에서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