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품은 겨울 매화

먼저 피는 꽃, 먼저 준비하는 삶

by 글쌈


얼어붙은 매화나무

꽃망울 속에

매실향 그윽하다


오늘 아침, 영하 6도의 차가운 공기가 몸 속을 파고드는 가운데, 금호강 매화나무를 다시 찾았다. 며칠 전 포근한 날씨에 꽃망울을 튀웠던 매화나무가 갑작스러운 추위에 어떻게 버티고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내 우려와 달리, 가늘고 여윈 가지 사이사이에 맺힌 작은 꽃망울은 여전히 붉게 빛나며 생명의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얼어붙을 듯한 꽃망울에서 그윽한 매실향기가 풍겨 나오는 것만 같았다.


이 모습은 마치 추위 속에서도 봄을 품고 있는 듯해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봄이면 일찍 꽃을 피운다는 산수유 나무와 목련 나무는 아직 메마른 가지를 드러낸 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그 사이로 자리한 매화나무는 유독 하얗고 붉은 꽃망울을 매달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따뜻한 햇살이 내려 앉아야 비로소 꽃이 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봄은 추운 겨울 속에서 꽃망울이 맺히는 순간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매화나무는 봄을 가장 먼저 시작하는 나무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은은한 향기를 흩날리며 우리에게 봄이 머지않았음을 속삭이고 있었다.


정호승 시인의 시구절이 떠오른다.

겨울이 끝나야

봄이 찾아오는게 아니라

봄이 시작되어야

겨울이 물러가는 거란다.


우리의 삶도 매화나무와 닮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이제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주위 직장 선배들을 보면 현직에 있으면서 노후를 준비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퇴직을 하고 나서야 뭔가를 시작하려고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 친구 한명이 노후를 대비해 정보통신 기술사 공부를 시작했다. 모두가 지금의 안정된 삶에 안주하고 있을 때, 그는 용기를 내어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매일 직장과 도서관을 오가며 미래를 준비했다. 그 결과 지금은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가 누구보다 먼저, 추운 겨울 속에서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은 한참을 서서 나무들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매화나무처럼, 우리도 추위 속에서도 희망을 품어야 한다는 것을, 희망이 싹트는 순간, 겨울은 이미 조금씩 물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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