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파랑 Jul 27. 2023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마당 밖으로  -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난 삶을 꿈꾸는 당신에게

마당 밖으로

-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난 삶을 꿈꾸는 당신에게      

 


《마당을 나온 암탉》의 당찬 주인공 잎싹. 잎싹은 폐계닭이란 이유로 구덩이에 버려지지만 살아 나와 알을 품고 병아리를 키우겠다는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마당으로 간다. 그러나 잎싹은 규칙이 정해져 있는 마당에서 배척당하고, 쫓겨나다시피 마당을 떠난다. 마당을 나와 떠돌던 잎싹은 우연히 청둥오리의 알을 발견하고 어미 닭이 된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 병아리(초록머리)와 함께 당당하게 마당으로 다시 돌아간 잎싹은 자신이 품었던 알이 나그네(야생 청둥오리)의 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원칙이 분명한 마당에서는 오리의 어미로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저수지로 향한다.


자신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족제비로부터 초록머리를 안전하게 지켜내며 키우는 일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잎싹은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엿한 청둥오리로 자란 초록머리가 집오리들과 살고 싶어 하고, 잎싹의 만류에도 집오리들을 따라 마당으로 들어간 초록머리는 주인 부부에게 붙잡혀 고초를 겪은 후 다시 잎싹이 기다리는 저수지로 돌아온다. 저수지에 되돌아온 초록머리는 겨울이 되면서 이동한 청둥오리 떼와 합류하며 파수꾼이 되어 무리와 함께 떠난다. 어미닭으로서의 자신의 소임을 다한 잎싹은 초록머리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요리조리 피해왔던 족제비를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족제비 새끼들을 생각하면서 담담하게 족제비를 맞이하며 죽음을 받아들인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으며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주인공의 이름인 ‘잎싹’이었다.    


『잎싹은 '잎사귀'라는 뜻을 가진 이름보다 더 좋은 이름은 세상에 또 없을 거라고 믿었다.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잎사귀. 그래서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는 게 잎사귀니까. 잎싹도 아카시아나무의 그 잎사귀처럼 뭔가를 하고 싶었다.

잎싹은 아카시아나무 잎사귀가 부러워서 '잎싹'이라는 이름을 저 혼자 지어 가졌다. 아무도 불러 주지 않고, 잎사귀처럼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기분이 묘했다. 비밀을 간직한 느낌이었다. 이름을 갖고 나서부터 골똘히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잎싹’이란 이름은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짓기 전 잎싹은 존재감 없이 살아가던 양계장의 수많은 닭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데 잎싹은 자신의 이름을 지으며 양계닭이 아닌 어린 새끼를 키우는 암탉으로 다시 거듭난다. 자신에게 주어졌던 양계장 닭이라는 삶의 정체성을 깨고 스스로를 어미가 될 수 있는 암탉이라 믿고 이름을 지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짓고 마당으로 나왔지만 잎싹에게 마당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잎싹은 양계장만 벗어나 마당으로 나오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으나 마당은 잎싹의 꿈을 이루기 힘든 곳이었다. 마당에서 만난 존재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잎싹의 꿈을 짓밟았고 야생오리인 초록머리를 마당에 가두려 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어쩌면 마당처럼 너무 견고한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가득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여자란 이유로, 어느 나라 출신이란 이유로, 학벌이 나쁘다는 이유로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나를 마당에 주저앉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회 속 수많은 통념들이 시시때때로 우리를 시도도 하지 못한 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와 타인을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묶어두고 조이고 또다시 동여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잎싹은 초록 머리를 온전히 야생 청둥오리로 키우기 위해 족제비라는 위험을 감수하고 저수지를 선택한다. 안전하지만 정해진 규칙에 갇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는 마당은 어쩌면 잎싹과 초록 머리에게는 더 위험한 곳일 수 있다. 살다 보면 우리도 과감하게 마당을 나와야 할 때가 있다. 마당을 나와야만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얻을 수 있을 때가 있다.      


중고등학교 때 전교 꼴찌였어도 결국은 자신의 의지대로 의대에 진학한 사람, 얼굴이 못 생겼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으며 긴 무명의 시간을 보내다 결국은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배우로 인정받은 사람, 50이 넘은 평범한 아저씨가 멋진 시니어 모델로 성공한 사람.


이들은 모두 사회의 단단한 통념을 깨고 자기 내면의 욕망을 듣고 꿈을 이루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던 마당을 나와 자기 내면의 소리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했다. 이들이 꿈을 이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꿋꿋하게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부단히 노력하여 자신이 이루고자 한 것을 이루어 낸 것이다.


아늑하고 안전한 마당을 제 스스로 걸어 나와 고난과 시련이 득시글거리는 저수지로 향한 것이다. 저수지에서 보낸 시간만큼 강해진 그들은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낸 것이다. 바위만큼 단단한 고정관념을 장착한 주변 사람들의 말과 시선에 상처받은 시간을 견디고 당당하게 저수지로 나와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다.      


작가는 작품의 제목처럼 우리도 마당을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성장을 향해 도전하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꿈도 이루어낸 잎싹처럼 우리에게 마당을 나가라고,  고난과 시련을 안겨주는 족제비에게 당당히 맞서라고 말하고 있다.


마당을 나와 저수지에 머무는 일도 족제비를 마주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 마당을 나가야만 하는 일이라면 용기를 내길 바란다. 이미 마당 밖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과학 기술과 평등한 세상은 결국 우리 선조들이 마당 밖으로 나가 족제비와 마주하며 고난과 시련을 이겨냈기에 이루어낸 성과들이지 않은가? 나이트 형제가 주위 사람들의 힐난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에디슨과 그의 어머니가 교사들의 평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삶을 살았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만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사회가 만들어 낸 한계를 뛰어넘을 용기를 준. 우리가 감히 이룰 수 없을 것이라 짐작했던 많은 꿈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해준다. 이 책은 타인에 의해 결정된 삶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며 자신의 꿈을 이루라고 격려해 주고 있다. 당신이 세상 사람들의 일반화된 생각에 발목 잡혀 도전해보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다면, 당신의 선택이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며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용기를 얻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내겐 너무 컸던 그녀-Le Tableau》마리옹 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