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빗소리에 오늘은 나가기 어렵겠구나 했는데, 다행히 아침을 먹고 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주말에만 열리는 방콕북부의 짜뚜짝 주말시장을 가 보기로 했다. 10여 년 전에 가 보고는 방콕비행 근무가 주말인 경우가 많지 않아 한동안 가 보질 못했는데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호텔을 나섰다.
Victoria Monument
호텔에서 가까운 BTS역인 Victory Monument역에서 Kuh Khot 방면으로 네 정거장 가면 Mo Chit역이 나오는데 전철역에서 내려다 보이는 짜뚜짝 주말시장이 나온다. BTS는 주말인데도 사람이 꽤나 많이 탑승하고 있었다. 근데 출입문 앞에 서 있던 내가 Mo Chit역에서 내리니 그 칸의 사람들이 거의 모두 내린다. 나가는 방향을 검색하느라 조금 지체해서 개찰구로 내려가니 벌써 나가려는 사람들로 줄이 한 참 길게 늘어서 있다.
시장 입구 찾는 일은 너무 쉽다. 사람들 제일 많이 가는 곳으로 가면 된다. Mo Chit역 들어오기 바로 전에 왼편을 보면 시장의 지붕들이 보이는데 범위가 워낙 넓어 하루 만에 다 둘러보기는 무리다. 오늘은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은 없어 아무 통로나 들어가 구경해 보기로 했다. 태국에서 팔 수 있는 물건은 다 있다는 시장인지라 시내 곳곳에서 보았던 물품들을 없는 게 없는 듯 가게들 곳곳에서 팔고 있다.
동전 주머니로 쓸 파우치 몇 개를 골라 구입했다. 10밧짜리 하나와 3개에 100파트 하는 파우치를 구입했다. 어제 야시장에서 봤던 물건들도 대부분 이곳에 있었다. 가격도 여기가 조금 더 저렴했다. 신기한 물건들도 몇몇 있었지만 딱히 필요하지는 않아 구입하지는 않았다.
어제도 망고를 먹었지만 망고가 또 먹고 싶어 눈을 이리저리 돌려보니 여러 가게에서 망고를 팔고 있었다. 망고를 찹쌀밥과 함께 팔고 있었지만 망고만 먹고 싶어 망고만 있는 걸로 골라 자리를 잡고 금방 뚝딱 해치웠다. 그래도 뭔가 약간 아쉬운지라 메뉴를 달라고 하여 시장에서 바로 만들어 주는 팟타이도 한 개 시켜 나눠 먹었다. 배가 부르고 나니 사고 싶은 물건도 없고 눈으로만 둘러보다 다시 Mo Chit 역으로 향했다.
위에서 본 시장 지붕
Mo Chit역에서 다시 BTS를 타고 돌아오다 요즘 떠오르는 ARI역 근처의 카페를 가 보기로 했다. NANA라는 카페인데 역에서 조금 걸어서 가야 하는 곳이다. 가는 길에 태국음식의 미슐렝 맛집도 있는데 지금은 배가 불러서 그냥 지나쳐 카페로 향했다.
큰길에서 안쪽 골목길로 들어서자 멀리 카페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식당이나 카페는 보이지 않는 곳에 카페가 위치해 있는 것이 신기했다. 입구 주차장에는 고급 차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부자들이 많이 오는 곳인가 의아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카페 주인이 수입자동차 딜러라고 한다.
춘절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도 중국풍의 새해 장식들이 남아 있다. 카페는 이층 건물로 벌써 손님들로 꽉 차있다.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었지만 날씨가 더워 실내에 있기로 했다.
2층의 난간 자리만 남아 있어 일단 앉아서 어떤 것을 먹어 볼까 메뉴를 보고 있었다. 주문을 하고 음료를 기다리는데 테이블 빈자리가 나자 얼른 옮겨 앉았다. 카페의 시그니처 커피인 더티커피와 아메리카노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한국말도 들리고 중국말도 들린다. 현지인들도 많았지만 외국인들이 더 많은 듯했다. 카페 인테리어는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럽게 잘 꾸며 놓았다.
어느 것이 더티커피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염려해서인지 무료 와이파이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커피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기억될 정도의 풍미나 느낌은 없다. 분위기가 좋은 카페를 원한다면 한 번 와 볼만하다. 자리를 뜨면서 야외 테이블도 돌아봤는데 나무 그늘밑이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덥지는 않았다. 야외 테이블을 좋아하면 이곳도 괜찮겠다 싶었다
주말이 아니라면 짜뚜작 주말시장은 가지 않고 ARI역 근처에서 하루를 보내도 괜찮겠다 싶다. 미슐랭 맛집에서 점심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가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