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고 싶어도
뚜렷하고 확실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느낌만 있고 실재는 없다는 것인가? 눈앞에 펼쳐진 것들이, 볼 수 있고 만져지고 느껴지는 것들이 실체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나의 착각인가? 감각되는 순간만이 지금에 순간적으로 있다. 그리고 지나가 버린다. 그 느낌에 대한 기억만 남는다. 그러다 그런 기억마저 흐려진다.
실체는 없고 변화만 있다고 했던가. 그저 흐름만 있다. 물살을 손으로 잡을 수 없어 컵으로 받아놓으면 이미 물살은 컵에 고인 물이요 더 이상 물살이 아니다. 물살을 잡은 게 아니라 물을 담았다. 그러니 바뀌고 달라지고 변하는 지금을 물살의 흐름처럼 인식한다.
분명하고 뚜렷해도 잡을 수 없고, 잡을 수 없지만 뚜렷하다. 잡으려 하는 마음 없이, 인식하고 인식되는 이 모든 흐름들을 붙들고 싶지만 잡히지 않는다. 물살은 흘러가야 물살이다. 받아들이자. 받아들이자. 뭘 자꾸 잡으려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