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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May 20. 2024

물살 잡기

잡고 싶어도 

손을 내밀어 수돗물을 흘려보낸다. 수도꼭지를 더 세게 틀어 수압을 높인다. 손에는 더 강한 물살이 느껴진다. 손바닥의 살이 밀릴 정도로 물살이 세다. 손을 압박하는 물이 잡힐듯해서 확 하고 움켜쥐어 보지만 빈손이다. 손에 잡힐 듯한데 몇 번을 반복해도 잡을 수가 없다. 잡히지도 않는다. 


한참을 시도해도 매번 놓친다. 한 번도 잡지 못했다. 어리석은가 보다. 원래 잡을 수가 없는 것을 잡으려 한 것이다. 분명하게 느껴지니 꾹 움켜쥐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손에는 물기만 남았다. 흘러간 흔적이다. 이 흔적도 오래가지 않는다. 잠시인 거다.


뚜렷하고 확실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느낌만 있고 실재는 없다는 것인가? 눈앞에 펼쳐진 것들이, 볼 수 있고 만져지고 느껴지는 것들이 실체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나의 착각인가?  감각되는 순간만이 지금에 순간적으로 있다. 그리고 지나가 버린다. 그 느낌에 대한 기억만 남는다. 그러다 그런 기억마저 흐려진다. 


실체는 없고 변화만 있다고 했던가. 그저 흐름만 있다. 물살을 손으로 잡을 수 없어 컵으로 받아놓으면 이미 물살은 컵에 고인 물이요 더 이상 물살이 아니다. 물살을 잡은 게 아니라 물을 담았다. 그러니 바뀌고 달라지고 변하는 지금을 물살의 흐름처럼 인식한다.  


분명하고 뚜렷해도 잡을 수 없고, 잡을 수 없지만 뚜렷하다. 잡으려 하는 마음 없이, 인식하고 인식되는 이 모든 름들을 붙들고 싶지만 잡히지 않는다. 물살은 흘러가야 물살이다. 받아들이자. 받아들이자. 뭘 자꾸 잡으려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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