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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Nov 25. 2024

방향을 잃어

방황에서 기본적 단순함의 힘을 믿고

온몸을 떨면서 경련이 일어나고, 말을 하려고 해도 설근이 움직여지질 않고, 심장이 날뛰듯 쿵쾅거리는 심계의 증상이 나타난다. 의식은 또렷한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진정이 안된다. 얼른 부인을 찾고 119를 부른다. 근처 병원의 응급실엔 자리가 없는지 돌고 돌아 좀 더 먼 병원으로 간다. 정맥 혈관을 확보하여 링거를 꽂고 진정제와 신경안정제 처치를 받는다.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태며, 다음날 필요한 검사를 위해 입원실로 이동. 주말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일단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서 월요일까지 기다린다.


어느 날 가슴의 통증이 너무 심해 들른 병원에서 심각한 상황이라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급했다. 심근의 손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수술을 받아야 했다. 대퇴부 내측의 정맥혈관을 떼내 심장의 관상동맥 우회술이 시행되고 무사히 심근의 경색 위기를 넘긴다. 다행히 안정을 찾는다. 


다만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재발 방지(수술 후유증 감소와 더불어)를 위한 혈전용해제를 처방받고, 고지혈증의 약물을 복용했다. 이후 혈액검사상 수치는 정상 범위 내에 있었으므로 의사는 치료제를 계속 처방했고, 다른 증상을 호소할 때마다 약물의 증량과 다른 약물의 추가 처방이 따랐다. 몇 년 동안 처방은 계속되고, 가끔씩은 여러 가지 반응과 부작용이 더했다 덜했다를 반복한다. 


루틴처럼 처방을 받고 검사를 해도 피로는 풀리지도 않았고, 어떤 날은 여러 부위의 근육통이 심해져 온몸을 비튼다. 가벼운 운동을 해도, 다른 물리치료를 받아도 몸은 더 무겁게 끌리고 졸리고 지친다. 그렇게 버티다 진료를 받으면 의사는 약물의 용량을 더 높여 처방한다. 매뉴얼 따라 처방했으니 지켜봅시다. 피로가 너무 심하다고 호소해도 의사는 수치 체크와 지침에 따른 조치를 취했다는 말만 반복한다.


그렇게 참아왔다. 원래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견딜 수 없는 경련이 일어나고 급기야 의식을 잃는다. 그리고 응급실. 약물에 의한 부작용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뭐가 잘못됐을까. 의사의 지시대로 시간 맞춰 약물을 복용하고, 술담배를 끊고,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면을 취하려 나름 노력했다. 그런데 몸은 날로 쇠약해지는 느낌. 만성적이라고 할 만큼의 피로와 무기력감과 간기능 저하.


뭔가 이상하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어떤 때엔 이러다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온다. 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인터넷 검색과 공부를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그 많은 피로와 근육통이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증상이었다나. 그 약물 복용으로는 그런 부작용이 흔했다. 오랫동안 믿었는데 수치상 결과만을 언급하며 계속 같은 약물의 증량만 해온 의사에 대한 배신감이 물밀듯 밀려왔다.


약물 부작용이 꽤 심각하고, 본인처럼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구나. 그렇게 한차례 곤혹을 겪고 시달린 이후 그는 양약에 대한 본인의 무지와 의사의 무책임을 통감한다. 공부를 해야겠구나.


약물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약리학, 인체 내 약물 반응에 관한 생화학, 체내 효소와 호르몬과 대사작용과 면역 반응의 과정 등을 위한 생리학 등등. 알아갈수록 공부할 부분이 방대하다. 닥치는 대로 읽고 찾아보고 주변에 물어보고는 그의 결론이 약간의 방향성을 찾는다. 항히스타민제, 항생제, 소염제, 스테로이드 등의 부작용에 대한 대안으로 기능의학을 꼽는다.


내게 약물의 부작용들과 기능의학의 장점을 한참 얘기한다. 그렇게 시달리던 몸이 양약을 멀리하고 몇몇 영영제와 기능식품 및 비타민제제, 저탄수화물의 식단으로 이렇게 좋아졌으니 본인은 더 이쪽으로 공부해보고 싶다며. 나는 양약을 잘 모른다며 몇 차례 얘기했어도 그는 나의 의견을 듣고 싶은가 보다. 한의학적 관점이든 내 생각이든.


나의 답은 오히려 질문들이다. 왜 병이 났을까? 그 병은 어떻게 시작되고 어디로 진행될까? 통증을 어떻게 볼 것인가? 건강의 기준과 유지 및 근거는 뭘로 판단할 것인가? 정신과 육체, 감정과 신경, 기운의 발산과 수렴 등등으로 시작해서 인체와 자연의 관계까지 넓혀나간다. 기능의학이 구체적으로 뭘 하려는 의학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일반적인 양방 약물 복용의 오류에서 개선점을 찾아보자는 시도는 알겠지만, 지향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대원칙이 뚜렷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해보니 좋더라는 경험치들이 무시할 건 아니지만 기준이 모호해 보인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다시 묻는 그의 말에서 간절함을 본다. 그 간절함이 자칫 조급함으로 쉽게 이어지고, 내 답이 동아줄이 아님을 인지시켜도, 그의 매달림이 일상에서 벗어난 따로 특별한 무엇이 없음으로 이끌어도, 그에게는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내 말은 말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가는 습관이라 해도, 실행해보지 않고 생각만으로 과연 그렇게 될까 하는 의문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


누구나 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감정 조절까지. 그러나 제대로 하기는 참 쉽지 않은 것들. 하나씩 나눠 다시 '잘'의 실천적 의미를 살려 일상에 규칙성의 힘을 강조한다.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된 순환을 이끌고 익숙해지는 게 궁극의 목표다. 핵심은 멈추거나 머물지 않는 돌고 도는 순환. 기운에 있어서도, 생각에 있어서도, 감정에 있어서도.


밖에서 들어온 보배는 아무리 화려해도 다시 나간다. 오직 내 속에서 그 보물을 찾아 몸의 일부분이 되어 습관으로 간직한다. 병이 드는 건 외부의 침입보다 내 내부적 기운이 허약하지 않음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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